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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삼부자 '5분 만남' 타협은 없었다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3 22:33

수정 2015.08.03 22:36

신격호·동주·동빈 만났지만 대화 없이 끝내
경영권 분쟁, 결국 주총 표대결로 결판날 듯
신동빈은 "롯데는 한국 기업" 대국민 사과

5분. 경영권 분쟁 중인 롯데가(家) 총수일가 삼부자의 화해를 위한 만남의 시간은 짧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분란을 막기 위한 짧은 회동이 3일 전격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들 삼부자 간의 짧은 만남 동안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결국 주주총회를 통한 표 대결이나 소송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이날 일본에서 귀국해 입국하자 마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곧바로 찾았다. 이번 회동은 롯데가의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 삼부자가 타협을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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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관계자는 "3시30분부터 5분간 부자가 만남을 가졌고 신 회장이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신 총괄회장이 밝은 얼굴로 '어허'라고 비교적 환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자리에 있었던 신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삼부자 간의 만남이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보였다고 다른 주장을 펼쳤다.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달갑게 환대하지 않았다는 것.

신 회장은 귀국 후 당초 자신의 집무실인 롯데백화점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곧바로 바로 옆에 롯데호텔의 아버지 집무실부터 찾았다. 이 때문에 부자 간의 극적 타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날 출국 예정이던 경영분쟁의 또 다른 당사자인 신 전 부회장까지 출국을 연기해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게다가 이날 신씨 부자 회동에 앞서 국회에서 롯데가의 분란을 맹비난하는 언급까지 나와 부담감이 컸다. 정치권까지 나서 롯데그룹 사태의 조기종료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씨 부자는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신씨 부자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조만간 있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한 가족 간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신 회장은 삼부자 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축 현장 점검으로 곧바로 자리를 뜨면서 의미없는 만남이 되어 버렸다.

앞서 신 회장은 이날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발생해 죄송하다"며 "국내외(에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거듭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 구성과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또 지난 2일 일본으로 출국한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는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를 했으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신 전 부회장이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교체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6월 30일에 주주총회를 연 후 아직 한달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진행할지 기다렸다 하는게 좋은지 생각해서 (결정하겠다)"며 "이사회의 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또 신 전 부회장이 방송을 통해 공개한 소위 '신격호 지시서'에 대해 강경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해임지시서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적 논란에 휩싸인 롯데그룹에 대해서도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매출의 95%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지칭하며 국적에 대한 논란을 일축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신 회장의 귀국은 지난달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일본으로 출국해 경영권 탈환을 시도한 지 1주일 만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김문희 이병훈 기자 안태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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