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롯데 경영권 분쟁] 신동빈 "해임지시서 효력 없다".. 가족간 소송다툼 불가피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3 22:41

수정 2015.08.03 22:41

롯데월드타워 방문.."흔들림 없이 업무 해달라" 귀국하자마자 경영 매진
형과 달랐던 동생.. 형의 막말 폭로전과 달리 비방전 없이 대국민 사과
롯데, 한국기업 강조.. "매출 95% 한국서 나와" 국민감정 악화 의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의 면담 직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신동빈 회장(왼쪽 두번째)이 현장 작업 근로자에게 수박을 건네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의 면담 직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신동빈 회장(왼쪽 두번째)이 현장 작업 근로자에게 수박을 건네고 있다.

경영권 분쟁 타협점 못찾은 롯데家 삼부자

"짧은 삼부자 만남… 합의점은 없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전격 귀국 후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친형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을 만났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 때까지 롯데그룹 분쟁과 여론 홍보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양측의 표 대결과 소송전 전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현장 찾아

신 회장은 이날 귀국 후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과의 짧은 만남 뒤에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123층 높이 롯데월드타워 신축 현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107층까지 직접 올라간 신 회장은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이사에게 공사 현황을 보고받은 후 "롯데월드타워는 신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가지고 짓는 곳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 회장의 언급은 아버지의 정통성을 잇는 사람이 본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 회장은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완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이 이처럼 귀국 이후 첫 방문지로 롯데월드타워를 선택한 것은 굴지의 롯데그룹 사업들을 직접 일궈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의도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지난 한 주 일본에 머물면서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의 '막장 폭로'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다.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 회장이 중국사업에서 1조원대 손실을 입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매까지 맞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한 신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롯데 회장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일본 롯데에서 손을 뗄 것을 지시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신 회장은 아버지의 해임 지시서의 무효 주장과 함께 주총을 통한 대결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한국말로 질의응답… 형과 차별화

신 회장은 이날 입국 기자회견을 통해 애국심 고취를 통한 국민 여론 돌리기에도 나섰다.

신 회장은 이날 김포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한국말로 비교적 또박또박한 기자회견을 펼쳐 일본어만 구사하는 친형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또한 신 회장은 3차례에 걸쳐 90도로 고개를 숙여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친동생을 아버지 회사를 빼앗는 불효자라고 막장 폭로한 친형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어를 못하고 사실상 일본인에 가깝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함께 낸 것이다.

아울러 신 회장은 이날 롯데는 한국기업이며, 매출의 95%가 '우리나라'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라는 단어는 한국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국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신 회장의 한국기업인 이미지가 더욱 부각됐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와 100% 일본어 대화영상을 공중파에 전격 공개한 것이 점차 역풍을 맞고 있다.

이들은 영상 대화에서 히로유키(신동주), 아키오(신동빈), 시게미츠(신격호)라고 불리면서 사실상 일본인처럼 행동했다.

신 회장은 아울러 친형이 잇단 막말 폭로전을 펼쳤던 것과 달리 상호 비방전을 전혀 펼치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이 공중파를 이용해 '막장 비방전'을 펼친 것에 대한 역풍이 일고 있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한국기업 강조

그동안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로 무늬만 한국 기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간의 100% 일본어 대화는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대부분 경영활동을 펼쳐왔고 한국 롯데를 지분 구조상 우위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지배해왔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어를 못하는 데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2일 한 지상파와의 인터뷰에서는 "국민 여러분 재손하무니다.(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어눌한 한국어 한마디를 했지만 여론을 되돌리지 못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날 공항에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신씨 형제는 지난 1988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들의 자녀는 모두 일본 국적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은 롯데가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또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에 3세 경영에서 완전히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왔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날 롯데가 한국기업이고 국민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강조하면서 악화된 국민 여론을 어느 정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또한 정부 및 금융계 관계자들과 만나 국내 경영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김문희 이병훈 기자 안태호 수습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