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소프트웨어를 위한 사모곡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5 16:56

수정 2015.08.05 16:56

[특별기고] 소프트웨어를 위한 사모곡

1995년부터 시작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계획의 최종 목표연도가 바로 올해 2015년이었다.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의 발판이었던 것처럼, 정보화시대의 고속도로를 우리가 먼저 깔아보자는 다짐을 한 지 꼬박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셈이다.

그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외환위기 극복의 최일선에 선 산업이 됐다. 지금도 우리 수출과 무역수지 개선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한류문화 확산의 든든한 인프라를 제공하며, 보다 편리한 우리 생활의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변화와 혁신의 핵심인 ICT산업. ICT 불모지에서 지난 20년간 정부와 국민 그리고 기업들이 함께 만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그 성공신화의 출발점에 사이버 세상의 고속도로가 있었다.

그러나 2015년, 대내외 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다시금 신발 끈을 묶고 달려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추세, 우리 제조업의 부진과 청년실업의 심화, 글로벌 기업들의 끊임없는 혁신과 경쟁, 중국의 성장과 일본의 약진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내외부의 변화와 도전은 지금까지 우리가 일궈온 성과를 잠깐의 신기루로 전락시킬 수도 있는 위협이 되고 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혁신과 성장, 가치창출의 중심이 되고, 나아가 개인.기업.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다. 자동차와 비행기를 움직이는 것은 기름과 엔진이 아닌 소프트웨어다. 애플과 구글이 소프트웨어의 힘을 활용해 거대 노키아를 한방에 무너뜨렸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페이스북보다 먼저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를 통해 소통했고, 스카이프보다 먼저 다이얼패드로 국제전화를 마음껏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한 발 앞섰던 우리의 기회를 낡은 관행과 제도 그리고 문화와 교육이 날려버린 건 아니었을까 돌아봐야 한다.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선포한 지 1년이 됐다. 1년간 정부와 기업이 함께한 16차례의 소프트웨어 태스크포스(TF) 회의, 18차례의 정책 현장 간담회, 19차례의 정책 해우소를 통해 정부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래세대를 위한 초·중등학교 소프트웨어교육과 산업계 수요에 맞는 대학 소프트웨어 교육 혁신방안도 마련해 창의적인 인재 양성 방향의 근본 틀도 마련했다.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교육 캠페인 일주일 동안 무려 6만8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인기가 높아졌다. 성공한 소프트웨어 창업기업도 늘고 있고, 대규모 투자유치와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기업들도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소프트웨어에 집중되고 있다.

분명한 가능성의 확인이다.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들의 소프트웨어 잠재력이 발현되도록 하고, 우리 소프트웨어가 세계시장에서 비상할 수 있도록 기업들과 머리를 맞댈 것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선포 1년을 맞아,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실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산업화를 촉발했던 경부고속도로, 정보화를 앞당겼던 초고속정보통신망과 같이 전 산업의 발전은 물론 우리의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시작으로 훗날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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