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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세계 해양 대통령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1 17:10

수정 2015.08.11 17:10

[여의나루] 세계 해양 대통령

'부산항만공사 임기택 사장-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당선.' 장마와 무더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답답해하던 6월 마지막날 밤 영국 런던에서 시원한 소식이 날아왔다.

임 총장은 정부, 국제기구, 항만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생을 바쳐온 해양 전문가로서 바다 사나이 특유의 강인함과 새로운 비전으로 유럽의 절대적 우위를 넘어 당선되었다. 우리가 1962년 IMO에 가입한 이래 처음 수장을 배출한 것이며, 세계보건기구와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국제기구를 이끌 한국인이 또 탄생되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IMO는 171개 회원국을 보유한 유엔 산하 17개 전문기구 중 하나로 해운.조선업의 기술과 안전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세계 바다의 정부'로 일컬어진다. 해상안전, 해양환경 보호, 해적 퇴치, 보안, 물류.교통 등 대부분의 국제규범과 기술협력을 관장해 해양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IMO 사무총장 진출은 해운.조선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33년간 IMO 협약이 우리나라 관련 산업에 미친 경제적 영향은 약 153조원으로 추산된다. 일례로 1996년 유조선 이중선체 안전규제를 도입하자 선가가 오르고 대규모 발주가 이어져 세계 조선산업이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도 환경보호를 위해 척당 수억원에 달하는 선박 평형수 처리설비를 의무화해 세계 시장의 40%를 선점하고 있는 우리 업계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남·북극의 개발과 보존, 기후변화 대응, 해양 생태계 보전 등도 조만간 큰 시장으로 가능성이 높아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에 기초한 e-내비게이션, 북극항로 개척 및 대형 크루즈산업 등은 우리나라가 국제기준 및 산업을 선도해 나가고 있어 임 총장의 당선으로 보다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한 셈이다. 한편, 적지않은 손실과 구조조정까지 거쳐야 했던 해운.조선산업이 침체를 벗어나서 다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는 IMO 수장을 배출한 해양 강국으로서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세월호 참사 등으로 드러난 허술한 국내 해양안전망을 제대로 재정비하고 해양인들의 성숙한 안전의식을 반드시 확립해야 한다.

다음으로 조선 1위와 해운 5위인 역량을 바탕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 기준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어 IMO와 한국의 이익이 최적화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국제무대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특히 해양.조선업계는 급변하는 세계시장을 뒤따라가는 수동적 입장에서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고 관련 규정과 질서를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자세가 절실하다. 나아가 더 많은 전문인력의 국제기구 진출이 필요하다. 국제수로기구, 국제사법재판소와 각급 해양 관련기관에서 많은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종합계획을 만들고 긴밀한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엔이 추구하는 세계 평화와 공영을 위해 바다를 통해 이룩한 성장 경험과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수하고 기술협력기금을 확대하는 등 세계가 공동 번영하는 데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임 총장이 '완벽하게 준비된 후보'에서 '완벽한 사무총장'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유관단체의 유기적인 협업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임 당선자는 '함께하는 항해(A Voyage Together)'라는 자신의 선거 슬로건대로 비전과 전략을 회원국과 공유하고 'IMO호'라는 바다의 기함(旗艦)을 잘 이끌어 나가리라 확신한다.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전 세계 해양인들에게 당당하게 'Bon Voyage'를 외칠 수 있는 성공적인 사무총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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