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광복 70년, 축산업 70년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1 18:07

수정 2015.08.11 18:07

[특별기고] 광복 70년, 축산업 70년

필자가 태어난 1950년대는 전쟁으로 국민 모두가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다. 하얀 쌀밥을 배불리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으니, 고기는 명절이나 돼야 구경할 수 있었다. 그 또한 많지 않은 양을 식구들과 나눠야 했기에 아쉽기만 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에 비하면 1인, 1닭 시대라는 말이 들리고, 우유와 달걀이 풍족한, 일주일에 두세 번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지금은 얼마나 풍족한 시대인가 감회가 새롭다.

우리 축산업은 광복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한우 18개월 도체중은 1980년 331kg에서 2010년 566kg으로, 젖소의 우유 생산량은 4975kg에서 8527kg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1969년부터 집계된 축산물의 연간 소비량을 보면, 국민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는 44년간 8.2배, 우유 소비는 44.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축산업 생산액은 전체 농업생산액의 34.8%인 16조2000억원이었으며, 상위 10개에는 돼지를 비롯해 한우, 닭, 우유, 달걀 5개 품목이 이름을 올렸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축산물 생산액 비중은 2030년 50%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돼 농촌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광복 직후 우리 축산업은 운송과 교통, 식량작물 생산의 보조적인 기능만을 담당했다. 가축 노동력을 경작에 이용하고, 배설물은 거름으로 쓰며, 농산물의 부산물과 폐기물은 사료로 이용한 것이다. 한우만해도 농사일을 위해 존재하는 '일소'로만 여겨 '고기 소'로서의 가치는 전혀 평가받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가축사육이 힘을 받게 된 것은 1968년부터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쌀과 보리만으로 농촌을 잘 살게 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67% 이상의 산지 중 개간 가능한 곳을 초지로 개발하여 축산진흥을 이룩하자"며 축산진흥을 제창했다. 이후 축산법이 개정되고 한우개량단지가 조성되며 본격적인 부업축산시대의 막이 올랐다.

1991년부터는 축산장기발전대책을 세워 정부차원에서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업·기업 규모의 축산 농가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가축개량사업과 육류등급제를 실시하고 배합사료 기술 향상과 수정란 이식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한우의 육질 고급화와 전문 종돈을 육성하는 축종별 맞춤사업이 시행됐다.

2000년대 들어선 자유무역협정에 맞서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성이 확보된 축산물 공급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우는 생산성 향상과 품질고급화를 위한 체중 증가와 고급육 생산에, 젖소는 산유량 증대와 소비자 기호에 맞는 유질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돼지의 경우에는 산육 능력과 번식능력 향상, 닭도 산란과 산육능력에 중점을 둔 실용계 위주로 개량을 추진해왔다.


그간 우리 축산업은 산업과 기술분야에서 다각적 발전을 모색했고, 특히 축산기술은 현재 세계 6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축산업의 성장은 양적성장 이상의 의미를 띤다.
농촌경제를 이끌고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물론, 식량안보와 동물자원 보전, 차세대 핵심동력 산업으로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구 국립축산과학원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