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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도시바와 대우조선해양의 닮은 점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2 17:01

수정 2015.08.12 17:01

[차장칼럼] 도시바와 대우조선해양의 닮은 점

'제조강국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도시바가 추락했다. 창사 140년 최대의 회계 스캔들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1562억엔(약 1조49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조작한 도시바의 회계 부정이 최종 확인됐다. 다나카 히사오 도시바 사장은 "140년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사죄했다. 15초 동안 그는 머리를 숙였다. 지난 10년간 도시바를 이끌었던 다나카 사장, 사사키 노리오 부회장(전 사장), 니시다 아쓰토시 상담역(전전 사장)이 같은 날 사임했다.
이사 16명 중 절반이 물러났다.

도시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올 1월 초, 증권거래감시위원회는 도시바의 인프라사업 회계처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사원가가 제대로 계상되었느냐다. 4월, 이 '의문'은 사내 특별조사위원회로 넘어갔다. 이때까지도 "단순 실수"라는 분위기였다. 한 달 후, 의문은 스캔들로 반전했다. 1000억엔대의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다. 주가는 폭락했다. 결국 제3자위원회 손으로 넘어갔다. 도쿄고등검찰 전 검사장을 위원장으로 변호사, 회계사 등 76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과학수사 기법인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정보수집.분석)으로 32만여개의 e메일을 분석했다. 역대 경영진의 삭제된 메일도 복원했다. 덜미가 잡혔다. '이번 분기에 계상해야 한다'는 부하 직원의 보고에 다나카 사장은 '다음 분기로 연기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시를 내린다. 경영진의 회계조작 개입에 결정적 증거였다. 과도한 실적개선을 요구하는 경영진의 단서도 확인됐다.

도시바 경영진은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악화된 실적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다. 수주액보다 원가가 늘어나자 적자를 계상하지 않았다. 이미 발생한 공사원가도 낮게 추정했다. 비중이 가장 큰 인프라 부문(손실원가 과소 추정, 원가계상 지연)은 물론, 반도체(가격하락 평가손실 미처리), TV 사업(이익 과다 산정) 등 전방위로 이뤄졌다. 이면에는 경영진의 갈등도 있었다. 2009년 사사키 사장은 전임 사장의 회계부정을 알았다. 둘 사이가 나빴지만,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거짓 회계'를 키웠다.

도시바에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300쪽에 달하는 '도시바 보고서'에서 제3자위원회의 지적은 날카롭다. 상사의 잘못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는 상명하복의 폐쇄적 기업풍토가 뿌리였다. 경영과 감독을 분리한 감사위원회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사외이사(16명 중 4명) 중 2명은 전직 관료였고 1명은 경영 경험이 없는 학자였다. 이들은 회계부정 사실을 몰랐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 한국에서도 '도시바 사태'를 빼닮은 일이 터졌다. 대우조선해양이 3조원대 손실을 은폐한 의혹이다. 국민혈세(공적자금)로 되살아난 대우조선해양이다. 그러나 수년간 '주인 없는 회사'의 경영진은 관료주의에 젖었다. 편도 갈렸다.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권력'에 줄을 대기에 바빴다. 내외부 감독시스템은 무력했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 출신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감사위원은 기존 경영진과 반목했다. 그런 산업은행이 '3조원대 손실'에 관해 내부 실사에 나섰고, 금융당국도 뒤늦게 분식회계 가능성을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우리는 '도시바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도시바는 원인을 끝까지 찾아냈고 책임을 물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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