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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코리아의 민낯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코리아'의 실상은 빈껍데기였던 것일까.

최고급 사양의 스마트폰과 최첨단 무선통신망의 화려함 뒤에서 드러난 ICT 강국의 민낯은 부끄러움 그 자체였다.

소프트웨어 회사 하나가 새로운 인터넷 브라우저를 출시했는데, 이를 쓰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부가 대책회의라는 촌극을 벌이는 현실이 ICT 강국의 민낯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운영체제(OS)인 '윈도10'에 새롭게 탑재된 인터넷 브라우저 '엣지'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정부가 직접 국민에게 하소연하는 현실. MS가 대체재로 마련한 인터넷익스플로러(IE) 11마저 국내 공공기관 및 금융사들의 대응책 미비로 각종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면서다.

결국 정부가 금융기관, 대형 인터넷업체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인터넷 OS업체 하나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은 것을 놓고 정부는 물론 대형 은행, 인터넷업체들이 대책회의를 해야 하는 나라가 세계 ICT 최강국이라고 자부해 왔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대책회의 결과는 더 참담하다. 대책회의에는 한국 ICT산업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해 행정자치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은 물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한국MS, 네이버, 소프트포럼, 잉카인터넷, 우리은행, 하나카드, G마켓 등의 임원이 총출동했다.

이 쟁쟁한 인물들이 모여서 한 대책회의의 결론은 "당분간 한국에서 윈도엣지는 사용하지 않는다"였다.

특정 OS회사가 첨단기술들을 동원해 새 상품을 내놨는데 정부가 나서 국민에게 "첨단 기능을 잠시 미뤄두세요"라고 다시 한 번 애원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달에는 구글의 크롬에서도 'NPAPI 대란'이 예고돼 있다.

인터넷과 관련된 보안사고 하나 터지면 온 나라가 들고 일어나 금융당국에 대책을 요구하고, 이에 정부가 일률적으로 세계표준에도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낸 결과다.

모든 책임을 정부에 떠넘겼던 인터넷업계, 금융업계의 불평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정부는 일률적으로 비표준 시스템을 권장했다. 액티브X와 NPAPI가 그 결과다. 결국 대한민국의 최고 인터넷뱅킹, 전자정부는 이런 비표준 위에 지어졌으니 해당 인터넷기업이 "더 이상 비표준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는 순간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민낯이 드러난 지금이 오히려 전열을 재정비할 때라고 다시 한 번 다독여야 한다.
정부는 물론 웹사이트 사용자와 개발자가 인식 개선을 통해 글로벌 웹 표준인 HTML5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제 액티브X 등 과거의 비표준 프로그램을 모두 걷어내고 진정한 ICT 강국 코리아로 우리 체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또 더 이상 모든 책임을 정부에 떠넘겨 전국 통일의 비표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