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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부동산정책 전환 충격 줄여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3 17:05

수정 2015.08.13 18:23

[특별기고] 부동산정책 전환 충격 줄여야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전반적 경기침체 속에서 그나마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조치'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점에서 '차입자의 지불능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의 질을 높이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줄이겠다는 이번 대책은 정책 방향 측면에서 올바르다고 본다. 우선 거시경제와 부동산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정책을 급격히 바꿔야 할 시점이 아니라 서서히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차입자의 지불능력에 대한 심사 강화는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다.

금융시장 파국의 역사를 보면 정책 방향을 급격히 바꾸면서 시장이 대응력을 잃어 시작된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금융완화 정책에서 금융축소 정책으로 전환할 때 그러하다. 대표적인 예가 1990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다. 일본은 부동산 가격 거품이 커질 대로 커진 1989년에 가서야 금융정책 기조를 확장에서 긴축으로 급격히 바꾸었고, 급격한 정책 전환으로 시장이 복원력을 잃고 침몰했다. 반면 2007년 금융위기 이후 통화팽창 정책을 지속하던 미국은 작년부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아직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 내 경제주체들과 세계 금융시장에 대응할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의 대비되는 사례는 금융정책이 방향을 바꿀 때 어떻게 바꿔야 정책 전환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차입자의 지불능력이 금융시스템 안정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자 차입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서브프라임 대출을 과도하게 늘렸다. 그러다가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주택을 팔지 못한 서브프라임 차입자들이 대거 파산하면서 금융시스템이 붕괴됐다. 가계부채는 규모와 증가 속도도 중요하지만 부채의 질도 중요하다. 부채의 질은 차입자가 원리금을 안정적으로 지불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차입자의 지불능력에 대한 심사나 변동금리부 거치식 대출과 같은 위험대출 축소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대책이 제대로 실천된다면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정책이 실천에 옮겨지기까지 길게는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므로 정책 효과를 보기도 전에 또 다른 대책이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책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한 지불능력 원칙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원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출이 많다. 지역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나 분양주택과 재고주택 간 DTI 규제 차이가 그런 것들이다.
이 부분까지 손을 대면 급격한 방향 전환이 될까 염려되어 손을 안 댄 것으로 보이나, 이 부분은 원칙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차입자의 지불능력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면 한계차입자가 금융시장 밖으로 내몰리는 문제가 생긴다.
대개 저소득 계층인 한계차입자에 대한 적절한 보완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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