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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학부모에게 학교란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6 17:01

수정 2015.08.16 17:01

[차장칼럼] 학부모에게 학교란

#. 올해 초 어느 교육청에 질의를 한 내용이다. "교실에서 체벌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 겁니까." 돌아온 답은 명확했다.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언어·정신적인 체벌 등 어떤 것도 금지돼 있다는 답변이었다. 한 초등학교 교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실에서 체벌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 것입니까." 돌아온 답변은 교육기관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벼운 체벌 정도는 허용된다고 봅니다.
"

교실에서 육체적, 정신적 체벌을 받았다는 사례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변의 상당수는 '아이들의 말만 100% 믿어서는 안 된다'느니 '전달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진실게임으로 전개된다. 자식의 말과 교사의 말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의심은 가지만 확증은 없는, 그래서 흐지부지 끝나는 사례들은 부모들의 가슴에 불신이라는 생채기를 낸다. 이렇게 불신의 상처는 그해가 갈 때까지 남는다.

#.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란 게 있다. 속칭 '아청법'이다. 미성년자 대상의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시행된 법인데 요즘은 법안 자체의 취지보다 영화나 공연 등의 내용이 이 법에 저촉되느냐가 더 주목을 받는다. 성인 배우라 하더라도 교복을 입고 속칭 '19금'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진행되면 아청법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정도다. 일단 이슈를 만드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자극적인 내용의 아이돌 가수 뮤직비디오에 '아청법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잇따르니 말이다.

아이들은 매 맞지 말아야 하고 나쁜 어른들의 접근부터 막아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아동학대나 체벌 사건은 끊이질 않고 오히려 학교에서 성희롱·성추행 파문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학교현장에서의 권력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다. 스승과 제자라는 존재가 권력자와 지배를 받는 자로 변질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물리적·정신적으로 압박해 지도해야 하고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은 유희의 대상일 뿐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으면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야 한다는 권력자들의 논리다.

특히 학교 내 사고의 대부분이 학생들이 아니라 성인들에 의해 외부로 알려진다는 점도 되새겨봐야 한다. 서울지역 G고교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피해를 입은 동료 여교사의 용기있는 행동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매년 학교폭력예방교육, 성희롱예방교육을 진행했는데도 이 같은 사건이 수년째 이어졌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교란 부모에게 신뢰와 믿음의 공간이다. 매일 등교에서 하교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맡기면서도 부모들이 안심하는 것은 학교가 그만큼 안전하고 자녀들이 제대로 된 성인으로 성장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신뢰와 믿음 때문이다. 그 어떤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도 자녀의 선생님 앞에서 몸을 낮추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온갖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신뢰와 믿음은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강력한 징계성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결국 사건이 발생한 뒤의 조치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학부모들이 학교를 제외하고 선택할 만한 다른 카드는 없다. 그저 학교가, 교단이 스스로 자정을 통해 맑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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