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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정부 신뢰 이래서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18 17:44

수정 2015.08.18 17:44

[여의나루] 정부 신뢰 이래서야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규제완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규정에만 얽매인 편의주의적 행정으로 기업 의욕을 꺾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우량 건물 등 부동산이 대량으로 외국자본에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동산펀드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즉 부동산펀드회사는 각종 연기금, 보험회사, 공제회 등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빌딩 등 부동산을 매입해 5~10년간 운영하면서 운영기간 중에는 임대수입을, 재매각할 때는 매각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이 경우 부동산펀드회사가 매입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일시적 투자목적으로 보유하는 것으로 보아 취득세를 30~50% 감면해 주고 있다.

그동안 펀드 결성 절차는 부동산펀드회사가 투자자에게 투자자금을 모집해 빌딩 등 부동산을 매입한 후 금융위원회에 부동산펀드 신청을 해 허가를 받았다.


문제의 발단은 취득세 관련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가 최근 금융위원회의 펀드 결성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에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에는 취득세를 감면해주면 안 된다고 유권해석을 한 것이다. 아울러 그와 같은 경우 기존 취득세 감면액도 모두 다시 내라고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억울한 부동산펀드회사들은 이미 감면받은 취득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소송건수가 수십건에 소송금액도 1000억원을 넘어섰다. 관련 부동산펀드회사는 이 사건 때문에 변호사를 고용, 막대한 소송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행자부의 취득세 감면액 징수요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당한 행정편의적 조치라고 본다. 첫째, 이와 같은 부동산펀드 결성 절차는 수년간 별문제 없이 진행되어 수많은 펀드가 이 같은 절차에 따라 결성됐고 많은 펀드는 이미 해당 부동산 매각으로 종료됐다. 그동안 이 절차에 따라 지자체는 수년간 취득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둘째, 일부 펀드회사는 해당 지자체에 부동산펀드 허가가 나기 전에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지 질의해 해당 지자체로부터 취득세 감면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셋째,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부동산펀드회사가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펀드 신청을 하면 펀드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즉 부동산 매입 후 펀드 신청을 하라고 했다.

넷째, 취득세 감면의 입법취지로 볼 때 부동산 매입을 펀드 결성 허가 전 또는 허가 후에 하는 것은 사소한 절차적 문제이지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도 관련 공무원이 업무처리를 잘못한 것이지 기업이 탈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자부는 그동안 지자체의 부동산펀드에 대한 취득세 감면은 지자체가 법률해석을 잘못한 것이므로 감면한 취득세는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건 처리 과정을 볼 때 우리 공직사회에 아직도 관료적 행정편의 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부동산 매입 후 펀드 결성을 신청하라고 한 금융위원회나 그동안 수년간 취득세를 감면해주고 취득세 감면이 정당하다고 유권해석까지 한 지자체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인가. 행자부는 지자체와 금융위가 잘못한 일이니 기업들이 억울해도 할 수 없다는 것인가.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을 편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업들은 무슨 죄를 저질렀는가. 공무원들이 시킨 대로 기업 활동을 한 것뿐이다.
행자부는 세금을 얼마 걷겠다고 세금보다 중요한 정부 신뢰를 잃어버리는 잘못을 하고 있다.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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