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대부업 금리와 베니스의 상인
|
이처럼 뿌리 깊은 고리대는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음지'에 있던 고리대금업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지난 2007년 '대부업'이란 정식 금융업종을 만들었다. 고리대금업자가 대부업 등록을 하면 일정 수준의 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했다. 대부업 최고 금리는 지난 2007년 66%를 시작으로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등으로 점차 낮춰왔다.
정부는 올 6월에도 서민금융 지원 강화 차원에서 대부업 최고금리를 29.9%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여당도 같은 내용에 공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한술 더 떠 대부업 최고금리를 25%까지 낮추자는 법안을 내놨다. 일리 있는 법 개정이다. 국내 대부업 이용자 270만명이 대부분 살림살이가 팍팍한 서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하폭이 쟁점이다. 돈을 빌리는 서민 입장에서 대부 금리는 낮을수록 좋다. 그러나 대부업계는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나빠질 경우 대출조건을 강화할 게 뻔하다. 결국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저신용자들이 대부업 문턱을 넘지 못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쫓겨날 수 있다. 정부도 대부업계 최고금리를 종전 34.9%에서 29.9%로 5%포인트 낮추면 최대 30만명의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만일 대부업 최고금리를 종전 34.9%에서 25%로 10%포인트 낮출 경우 불법사금융으로 몰리는 저신용자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악덕 고리대금업자로 인식된 대부업은 일부 서민금융 울타리로서의 역할도 해왔다. 당장 생존 위험에 처한 저소득·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에 내몰리지 않으면서도 전체 대부업 이용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살은 베어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통해 주인공 안토니오를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부터 구해낸 포샤의 지혜를 정부와 국회에 기대해본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금융부 차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