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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항공마일리지의 불편한 진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0 18:06

수정 2015.08.20 18:06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항공마일리지의 불편한 진실

본지의 며칠 전 기사를 보면 소비자는 항공사 마일리지로 무료 항공권을 가장 선호하고, 다음으로 좌석 승급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발생한 바비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료 항공권 구입은 물론 좌석 승급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항공권이나 승급 좌석의 비율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항공사는 소비자에게 마일리지를 거저 준 것처럼 생각하는지 무료 항공권 구입이나 좌석 승급에 필요한 공제 마일리지를 임의로 상향 조정하거나 성수기·비수기 기준도 멋대로 바꿔 더 많은 마일리지 공제가 필요한 성수기 기간을 늘리기도 한다. 소비자가 보유한 마일리지의 실제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을 하고도 그것이 소비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일이라는 자각이 없는 듯하다. 더구나 마일리지 사용에 기한을 정해 놓고도 기한 내에 쓰기 쉽지 않게 각종 제한을 가하고 있다.
우선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항공권이나 승급할 수 있는 좌석의 비율을 제한해 마일리지 사용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입한 항공권의 가격에 따라 마일리지를 사용해 승급하는 것이 제한되기도 한다.

마일리지가 적립되지 않는 항공권도 판매하고 있으니 마일리지는 공짜가 아니라 항공권을 구입할 때 이미 그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고, 우리가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축적된 마일리지도 신용카드회사들이 항공사들에 비용을 지급하고 구입한 것이다. 국내 항공사에 적립된 고객의 마일리지 총 가치는 수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마일리지 가치를 10%만 떨어뜨려도 항공사는 고객의 돈을 수천억원 도둑질해 가는 것이다.

이미 돈을 주고 산 상품권을 판매자들이 임의로 규정을 바꿔 가치를 떨어뜨린다면 그것은 차라리 사기행위에 해당한다. 항공사 마일리지 약관의 구석에 무료 항공권 구입이나 좌석 승급에 필요한 마일리지의 기준이나 성수기·비성수기의 구분은 회사 사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명백하게 불공정한 약관이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후에 일부 후퇴하긴 했지만 이미 2003년에 고객에게 약속한 급부 내용을 상당한 이유 없이 불리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해 위법한 것으로 시정명령을 한 바 있다. 또한 마일리지 사용이 어려운데도 그런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무조건 마일리지를 항공권에 끼워 판다면 기만적 표시 광고로 위법 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다.
유류할증료만 하더라도 제도 시행 전에 마일리지를 축적한 소비자로선 황당한 피해다. 만일 어느 식당이 뷔페 이용권을 팔아놓고 고객에게 갑자기 원재료 값이 올라 이용권에 일정 금액 할증료를 더해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모두 사기라고 항의할 것이다.


그런 일들을 대기업 항공사들이 공공연히 저지르고 있는데도 소비자나 소비자의 권리를 대변한다는 소비자단체도 침묵하고 있고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소비자도 항공사 직원들의 권리를 걱정하며 '땅콩 회항'에만 소리 높일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라는 소리도 높여야 하지 않을까.

yisg@fnnews.com 이성구 fn 소비자경제연구소장

■ 약력 △58세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경제학 박사 △공정위 서울사무소장 △금융소비자연맹회장 △파이낸셜뉴스 소비자경제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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