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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정부 조직개편이 만능열쇠인가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1 17:19

수정 2015.08.21 17:19

[여의도에서] 정부 조직개편이 만능열쇠인가

최근 메르스 사태로 보건복지부의 조직 개편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하면서 정부 조직 개편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초기에 방관한 복지부는 대수술이 절실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런데 위기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불거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한번 따져볼 문제다. 잦은 정부조직개편은 국민들의 신뢰 상실은 물론, 정책의 혼란을 키우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 올해 메르스까지 국가적 대형 사고 뒤에는 어김 없이 정부 조직개편 카드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잘못된 정부 기능은 당연히 고쳐야 한다.
다만 개편 이후 더 이상의 손질이 필요 없도록 조직 구성과 시스템 구축에 완벽을 기하는게 우선이다. 미국의 국무부처럼 정부 명칭을 한번도 바꾸지 않은채 유지할수 있는 제도적 완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정부 조직 개편 필요성과 수요는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는 각 부처의 조직 개편 이유와 목적이다.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 요소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목적에는 무관심해 보인다. 마치 레고 장난감처럼 각 부처의 기능을 단순히 '떼었다 붙였다' 하는 조립식 정부조직개편에 치중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안전행정부 조직개편이 그런 예다. 인사와 조직권이 같이 있어야 하는데도 두 기능을 분리하는 바람에 해당 부처들의 기능은 반쪽자리로 전락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의 국정철학이 5년 단위의 단기 프레임에 맞춰져 있어 국가 백년대계를 수립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장기적 비전과 정권을 초월한 큰 국정 그림을 그리기보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국정성과를 내려는 조급성에 따른 결과다.

이처럼 빈번한 정부조직개편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료들을 장악하고 각 정권에 맞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데는 정부조직개편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부개편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보고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여기서 채택된 개편안이 차기 정권의 정부 개편 방향을 좌우하다보니 이 과정에서 불순물이 끼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관변 학자들과 특정 이익단체들은 정부조직개편의 윤곽을 짜는 막후 실세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입맛에 맞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 독점력을 카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조직 개편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조직 개편이 정권 및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되면서 정작 중요한 조직의 기능과 정책의 공적 성격에는 애당초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특히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의 입안 및 집행은 민간기업처럼 실적과 성과에 따라 매번 바뀐다. 공적인 정부 정책을 성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도 우습거니와 이를 시대적 흐름이라며 강제적으로 주입하는 것도 직무유기에 가깝다. 정부의 역할은 국가안보, 교육, 복지, 의료 등 '공공재'를 생산해 누구나 이를 보편적으로 이용하고 누릴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성'이 시장의 원리처럼 돈으로 환산할수 있다면 이는 '신'만이 가능할 것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들도 정부조직 개편 때마다 열심히 땅을 갈다가 다시 묻어버리는 행위를 수십년째 반복한다며 투덜대겠는가. 정부의 신뢰성은 정책을 통한 일관성과 투명성에 좌우된다.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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