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광우병 그리고 메르스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면 분위기 전환용으로 개각을 단행하곤 했다. 박정희정부 이후 대한민국 장관의 평균 임기는 1년에 불과했다. 장관에 취임하여 업무를 파악하는 데 보통 5~6개월이 소요된다. 거기에 아랫사람들과 팀워크를 형성하여 통솔해나가는 데도 또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장관 평균 임기가 1년이라는 것은 일을 제대로 할 만하면 그만둔다는 의미였다."(MB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지난 2008년 6월, 정권을 뒤흔들어 놓았던 광우병 사태가 잦아질 무렵.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과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내각 총사퇴 요구를 놓고 고민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결심해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전체 내각이 책임지는 것은 맞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분위기 전환용 개각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론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장관 대신 청와대 수석들이 옷을 벗었다.

그해 6월 20일,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하여 이종찬 민정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등 여섯명의 1기 청와대 참모진이 광우병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박재완 수석과 이동관 대변인은 남김으로써 '일괄 사퇴'라는 정치적 평가는 피했다.

이처럼 정치적 책임은 졌지만 광우병이 남긴 상처와 교훈을 제대로 챙기진 못했다. '2300차례에 걸친 불법 시위로 기업 및 상점의 영업 손실, 교통 혼잡 같은 유무형의 피해액이 3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내용을 담은 검찰의 광우병 시위 수사백서(2009년)가 사실상 전부다.

수도 서울의 중심부가 3개월간 벌어진 촛불 집회로 사실상 마비됐고 아직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렸다는 사람 하나 나오지 않았지만 그뿐이었다.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도 광우병 사태와 닮은꼴이 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북한의 '지뢰.포격도발'로 인해 이미 메르스 사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사태가 수습되자마자 책임자가 옷을 벗고 '그런 일이 있었어?'라며 집단적 망각의 길로 갔던 과거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

실제 과거 매뉴얼대로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됐다. 후임 장관에 의사 출신인 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내정됐다. 하지만 24일 열리는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메르스 사태보다 선택치료수당, 논문 표절 등 도덕성을 검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정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이 되지도 않았는데 복지부가 메르스 백서 발간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이 남아 있는데 백서를 내놓는다는 것은 면피용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메르스 확산에 책임이 컸던 삼성서울병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일단 삼성서울병원의 수장인 송재훈 원장을 경질하며 여론을 잠재우는 식의 정치권 매뉴얼을 따르지는 않았다. 송 원장은 감염내과 전문의로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상황별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그 누구보다 잘 남길 수 있는 적임자다. 그가 메르스 사태에 대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두고 볼 일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