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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4 16:51

수정 2015.08.24 16:51

[fn논단]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박근혜정부는 집권 후반기 국정 핵심 목표를 4대 부문 개혁으로 잡고 먼저 노동개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수도 함께 쳐야 소리가 나듯이 근로자단체가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개혁은 그냥 메아리만 울릴 뿐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회복을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필요함은 근로자 측도 인정하고 있지만, 노.사.정 간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문제이다.

사용자단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미흡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근로자단체는 노동시장의 안정성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노사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극명하게 상충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미 강화되어 왔다.
기업 대부분은 현재의 노동법하에서도 비정규직 근로자와 하청기업 근로자 파견 등의 방법으로 노동비용을 낮춰 왔고,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왔다. 그 결과 삼성·현대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다. 기업은 괄목 성장했지만 노동시장은 양극화되고 국내의 좋은 일자리는 별로 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노동개혁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양극화의 완화에 있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노동개혁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하지만, 개혁 이후 독일의 노동시장 유연성 정도는 우리나라에는 이미 1998년에 이루어졌다. 해외로 나가고 있는 공장을 국내로 돌아오게 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학력별, 성별, 직급별, 직종별 불합리한 임금차별을 줄이는 방안과 노동비용을 높이면서도 노후소득보장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퇴직금(연금)제도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의 정부안대로 법 개정이 된다 해도 노동비용을 얼마나 경감시킬지는 미지수이다. 노동개혁안에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각종 방안이 포함돼 있고, 임금피크제 등을 통한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대책 등이 포함돼 있지만 기득권을 가진 근로자단체 입장에서는 참여해서 이득이 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처음부터 참여를 거부했고 한국노총은 올해 상반기의 노사정위에는 참여했지만 현재는 장외투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근로자단체 없이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법령 개정은 근로자단체의 참여 없이도 가능하지만 국회선진화법하에서 야당의 지지 없이 법 개정은 불가능하고, 야당은 근로자단체의 입장에 반하는 입법에 찬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여론 몰이를 통해 근로자단체와 야당을 압박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정부 지지율로는 역부족이다.

노동개혁은 숙원의 국정과제이다. 그동안 잘 안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서둘러서 대충하기보다는 대한민국이 재도약하는 발판이 되는 노동개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노동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고, 근로자단체를 협상 테이블에 오게 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 마침 야당도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공언한 상태다. 국회가 나서면 근로자단체가 참여하지 않을 명분이 약해진다.
물론 여야가 생각이 다르고 노사가 입장이 다를 것이다. 최종 개혁안이 제대로 갈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가 여론의 향배에 크게 벗어나는 방향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 최고 명군으로 통하는 청나라 강희제의 국정철학인 국민이 안거낙업(安居樂業)할 수 있는 노동개혁을 우리도 해볼 때가 되었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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