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질 국감' 더 이상 안된다

"여기 ○○○ 의원실입니다. 오늘 ○시까지 국회로 좀 들어오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국감 준비 때문에 물어볼 게 있습니다."

최근 한 피감기관에 모 국회의원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 궁금한 게 있으니 국회로 들어와 설명을 좀 부탁한다는 것이다. 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전 조율은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호출'한 점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의원실의 이후 언행은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의원실 보좌진들은 피감기관 임직원들과의 미팅 시간 대부분을 '기관 연혁' 등 아주 기본적 질문 등에 할애했다고 한다. 해당 피감기관이 10여년 전 설립됐다는 점에서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더군다나 미팅 중에는 "저녁 식사 한 번 한 적 없는 것 같다"며 듣기에 따라서는 '접대'라도 바라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피감기관 관계자는 "전화를 받고 점심도 먹지 못한 채 자료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야가 오는 9월 10일부터 10월 8일까지 '2015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각 상임위원회도 본격적인 국정감사 준비에 착수했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라는 점에서 국민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호통국감' '이벤트성 국감' 등 국정감사 때마다 제기되는 지적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 '국정감사 무용론'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커녕 다시금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

더욱이 최근 국회가 국회의원의 자녀 취업특혜로 인한 '갑(甲)질 논란'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따른 비리 의혹, 성추행 의혹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어 보인다.
자칫 국정감사마저 과거의 문제를 되풀이할 경우 국민의 국회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입법 기능 외에도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기능을 충실히 실행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국회는 국정감사 준비에 앞서 본래 취지와 국민이 왜 그토록 정책국감을 바라고 있는지 꼭 한번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