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코넥스시장의 '깜깜이 공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4 17:24

수정 2015.08.24 17:24

[기자수첩] 코넥스시장의 '깜깜이 공시'

"일단 거래량이 너무 적어요. 공시가 의무도 아니어서 기업 정보조차 파악하기도 힘든데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죠."

코스닥시장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한 개인투자자에게 코넥스시장에 대해 묻자 당연하다는 듯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금융당국이 잇따라 '코넥스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안정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한 유가증권과 코스닥 대신 코넥스시장에 투자할 만한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투자자 입장에서 코넥스시장은 '먹을 것'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깜깜이 공시'는 코넥스시장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투자판단의 근거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실적지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사업보고서를 제외하면 분기 및 반기보고서는 상장사 자율적으로 제출하게 돼있다. 실제 전체 88개 코넥스 상장사 중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단 3곳에 불과하다. 기업의 실적을 제대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증권사들도 코넥스시장에는 큰 관심이 없다. 거래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하다 보니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발간된 코넥스 상장사 리포트는 34건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이제 막 성장하는 벤처기업에 의무공시가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영업.생산 및 채권.채무 관련 공시의무를 새로 부과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공시 부담을 핑계 삼아 코넥스 상장사를 의무공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당초 규모가 작지만 성장성이 큰 기업을 육성한다는 코넥스시장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오히려 공시 활성화를 통해 코넥스 상장사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투자금이 유입되고 거래량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DS투자자문도 올초 스탠다드펌에 30억원을 투자한 후 3개월도 채 안돼 해당 회사가 증시에서 퇴출되면서 자금 회수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물며 투자 정보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개미들은 오죽할까. 기업만 제대로 알 수 있다면 투자자들은 언제든 시장에 들어갈 준비가 돼있다.
시장에 퍼지고 있는 '코넥스 과잉보호' 주장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진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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