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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독일과 IMF의 힘겨루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6 17:22

수정 2015.08.26 17:22

[fn논단] 독일과 IMF의 힘겨루기

"그리스에 대한 획기적인 부채경감 조치 없이는 그리스 구제금융이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지난달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내용의 그리스 경제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와 구제금융 협상에 들어가기 직전 이 보고서가 나왔다. 닷새 전 그리스 국민은 긴축 일변도인 유로존 구제금융안을 압도적 표 차로 거부했다. 독일을 비롯한 핀란드 등 최우등 신용등급을 지닌 유로존 국가들은 IMF의 보고서에 격노했다. 이제까지의 구제금융을 거부해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마당에 이 보고서는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의 요구를 지지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IMF는 유로존이 그리스 부채의 획기적인 경감안을 내놓지 않는 한 그리스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반면 유로존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IMF가 그리스 3차 구제금융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독일과 IMF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IMF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독일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기구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그리스에 대한 1·2차 구제금융(2010년 5월, 2012년 5월) 때부터 IMF는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격렬한 비판에 시달렸다. IMF가 너무 친유럽적이고 그리스가 조건부 구제금융에 부과된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는데 계속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1997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 IMF의 혹독한 구제금융 조건을 지켜야만 했다. 그런데 유럽 출신이 IMF 총재라고 그리스를 지나치게 편애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또 그럴 만했다.

2년 전 나온 IMF의 내부 보고서도 그리스 구제금융 때 심각한 실수를 했다고 인정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70%가 넘는 부채경감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그리스 경제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그리스 구제금융의 추가 참여는 부채경감을 우선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은 2016년 2월 종료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그리스 지원에 독일의 반대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독일 연방하원은 그리스와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하는 안을 표결에 부쳤는데 집권 기민당·기사당 의원 가운데 60명이나 협상 개시에 반대했다. 유로존은 86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3차 구제금융을 합의했다. 이 안에 대해서도 기민·기사당 의원 63명이 반대해 메르켈의 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

아직까지 독일은 IMF의 이런 압박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유로존 내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그리스 구제금융의 이행을 감독하고 있는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까지 IMF와 한목소리로 획기적인 부채경감 필요성을 거들고 나섰다.


올가을까지 이 문제는 계속해서 유로존의 핵심 논쟁거리가 될 듯하다. 긴축 일변도 정책을 압박해 유로존을 이끌어 온 독일은 그러나 쉽사리 이를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필요한 적절한 정책도 합의하지 못하는 유로존이란 인식은 더 굳어질 듯하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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