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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먹거리 안전과 하인리히 법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7 17:02

수정 2015.08.27 17:02

[특별기고] 먹거리 안전과 하인리히 법칙

'1:29:300'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경고성의 작은 사고가 29번 일어나고 이에 앞서 300번이나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다. 1930년대 미국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그의 저서인 '산업재해예방'에서 대형 사고는 우연히 혹은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을 방치하고 소홀히 했을 때 나타난다고 역설했다.

식품분야도 이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 충족과 생존에 필수적인 식품의 특성상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품안전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연합(EU) 등에 있어서는 위험요인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미국, EU 등에서는 식중독균을 가장 조심해야 할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식중독균보다 농약이나 식품첨가물 등을 식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식중독 사고에 의한 인명 피해 사례는 국내외에서 빈번하게 접하고 있는 반면, 일부 고의적인 사고를 제외하면 식품에 포함된 농약이나 식품첨가물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흔하지 않다.

특히 식중독은 여름철에만 주의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겨울철에도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바이러스성 장염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봄·가을의 개학철과 행락철에도 식중독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한 식중독은 발생하면 자칫 대형 집단 사고로 확산될 개연성이 있어 사전 예방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식품안전의 첫걸음으로 식중독 예방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음식점 위생 수준 향상을 위해 개방형 주방 설치 등 주방문화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매년 모든 학교급식소 전수 점검, 학교장과 영양(교)사 대상으로 연 2회 정례 교육과 '식중독 주의 문자' 발송 등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가을 신학기를 맞아 위생적이고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위해 학교 급식시설, 식재료 공급업체 등을 대상으로 시설·기구의 세척·소독 관리, 식재료 보관관리 등에 대해 집중 점검 중이다.

아울러 식중독 발생 위험 시기별 서한문 발송, 위생이 취약한 학교 급식소 대상으로 맞춤형 식중독 예방진단 컨설팅, 지하수를 사용하는 학교에 보급.설치된 살균소독장치 정상작동 여부 점검 및 노로바이러스 채수검사 등을 통해서 식중독 예방에 힘쓰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 '이번 한 번만' '남도 다하는데' 등과 같은 생각과 인식이 식품분야에서도 큰 사고로 연결된다. 이제는 '나부터 먼저' '지금부터' '우리 가족이 먹는다'라는 생각과 자세로 작은 변화나 사소한 징후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하인리히 법칙의 역발상이 필요한 때다.
식약처 직원들도 호랑이의 예리한 눈처럼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살피고, 소의 우직한 걸음처럼 신중하게 결정하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안전한 먹을거리 국민 행복' 실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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