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의 일본 은행 배우기

"우리의 경우 일본 은행들처럼 해외에서 수익을 거두려면 앞으로 수십년이 걸릴 겁니다."

최근 저금리,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 은행들을 취재하면서 만난 국내 금융전문가의 진단이다.

올해 국내 은행들의 화두는 신성장동력 확보였다. 금리가 낮아지고 국내시장은 포화가 되면서 은행들의 수익이 해마다 줄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은행들은 향후 10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그러면서 금융권에서는 일본 은행 배우기가 유행이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20년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 은행들이 최근 비약적인 성장을 한 배경에 대한 연구였다. 금융연구원은 일본 3대 은행 연구소 연구원 등을 불러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은행 연구소들도 일본 은행의 과거와 현재 등을 심도 있게 다룬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결론은 하나였다. 일본 은행이 해외,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

실제 일본 3대 메이저 은행은 전체 수익의 40%가량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고객도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진출한 일본 기업과의 거래로 수익을 거뒀다면 최근에는 비일본계 기업들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저성장 해법도 나왔다. 해외 진출이었다. 금융당국은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국내 은행들은 올해 해외 지점, 법인을 대폭 확대했다. 해외 현지은행 지분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문제는 당장 해외 진출을 한다고 바로 수익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일본 은행들이 해외에서 본격 수익을 거둔 것은 몇 년 전에 불과하다. 1960년대 본격 진출할 것을 고려할 때 이제서야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한다고 바로 수익이 창출될 수 있고 현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금물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아직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맞물려 있다. 해외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고객으로 한 진출이기 때문에 성장성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을 취재하고 온 기자들의 전언은 이렇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에서는 은행들의 해외 진출로 당장 뭔가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인데 현지에서는 전혀 존재감이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이 해외 진출 3.0 단계라면 국내 은행들은 1.0 단계"라며 "새로운 사업모델 등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