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발 쇼크에 움찔하는 美 부동산

잘나가던 미국 부동산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듯하다. 중국발 쇼크 때문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과 주택시장에서는 중국 매수자(바이어)들이 구매력에 큰 타격을 입었을까 걱정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경기둔화에 대응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했고, 중국 증시는지난 20일부터 닷새 동안 23% 넘게 하락했다. 최고점을 기록한 6월 12일 이후 44.74% 하락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위안화에 비해 달러가 비싸졌고, 중국 증시 폭락으로 주식 보유자들의 자산은 급감했다. 자금 사정이 안 좋아진 중국 개인투자자와 기업들이 비싸진 달러로 예전만큼 미국 부동산시장에 투자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부동산업계가 중국 바이어들의 구매력에 이처럼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 부동산시장의 해외 바이어 중 가장 '큰손'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중국인들이 미국에서 사들인 부동산 총액은 286억달러(약 33조9511억원)에 이른다. 이는 중국 다음으로 미국 부동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캐나다에 비해 2배가 넘는 규모다.

특히 중국 기업 및 투자자들이 미국 대도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투자 규모가 상당히 크다.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겐팅그룹이 옛 서커스서커스호텔 옆 35만6123㎡(88에이커) 부지에 40억달러(약 4조7484억원)를 투자해 중국을 테마로 한 카지노 호텔을 짓겠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오션와이드가 총 10억달러를 투자해 스테이플스센터 동쪽 1만8615㎡(4.6에이커) 부지에 49층 높이의 건물 1개와 40층 높이 건물 2개를 짓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린랜드그룹은 LA 라이브 인근에서 메트로폴리스 메가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각각 54층, 40층, 38층, 18층 높이의 고층빌딩들이 내년부터 차례로 문을 열게 되며 호텔과 콘도가 들어설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개인투자자와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경우 중국 자본에 의해 진행 중인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도 중국 바이어의 입김은 상당하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텍사스 등 중국인 지역사회(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고 교육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중국인들이 현금 뭉치를 들고다니며 집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주택을 사들이고 있어 미국 부동산 업계에서 '통큰' 손님으로 환영받는다. 리얼터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바이어들이 지불한 주택 평균가격은 83만1800달러(약 9억8743만원)다. 이는 미국 주택 중간가격의 4배 수준이며 다른 해외 바이어들의 평균가격보다도 훨씬 높다.

이런 면에서 중국발 쇼크가 미국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 중국 투자자들의 수요둔화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을 진정시키고 있다. 오히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피해 안전자산인 미국 부동산으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


중국인의 투자여력이 여전하려면 중국 정부가 앞으로 경제적 난관을 어떻게 돌파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라는 정부의 초강수에도 2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1.27% 떨어졌다. 그동안 강력한 증시 부양책을 써왔던 중국 정부가 어떤 카드를 추가로 내놓을지 다시 한번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