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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회 대신 소득 늘려달라

정부가 가계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소비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내국인에게 개방하고 연가보상비를 조기에 지급해 '가을휴가'를 권장하는 한편, 부부 중 한 명이라도 60세가 넘을 경우 9억원이 넘는 주택이라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핵심은 개별소비세 인하에 있다. 승용차, 대형가전, 향수, 녹용, 로열젤리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값을 내려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세수가 1200억~13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세수 감소를 무릅쓰면서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지난 4월 세월호 침몰에 이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창궐한 탓에 좀처럼 소비가 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억눌린 심리 탓에 소비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침체의 이유는 세월호 사태나 메르스 때문만이 아니다. '쓸 돈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해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010년 전년 대비 4.4% 하락한 데 이어 2011년 2.9%, 2012년과 2013년 각각 1.9%, 지난해 1.8%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최근 3년간 소득 증가율은 5%대에 머무른다. 소득 증가율이 평균 7~9%였던 2000년대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정부의 이번 소비활성화 대책이 침체된 소비를 살리는 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이번 대책으로 개별소비세 할인이 적용되는 대상 가운데 대형가전, 향수, 녹용, 로열젤리 등은 내년부터 개별소비세가 아예 폐지되는 품목이다. 올 연말까지 개별소비세를 30% 깎아줘도 생활필수품도 아닌 이 물건들을 급하게 살 이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정부의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가 '자동차업계 살리기'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 역시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우려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잔액은 2.4분기 말 1071조1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31조7000억원(3%) 늘었다. 역대 최대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중기적으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부가 침체된 소비를 되살리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은 불안정한 일자리 상황과 늘어나는 평균수명 때문에 오히려 저축을 늘리는 상황이다. 돈을 쓸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보다는 지갑을 두툼하게 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