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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성폭력 청정사회를 향해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30 17:01

수정 2015.08.30 17:01

[차관칼럼] 성폭력 청정사회를 향해

"행실이 나쁜 여자처럼 야하게 입지 않으면 성폭행을 피할 수 있다."

2011년 1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한 대학에서 열린 '안전정보교육'에 강사로 나선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에 담긴 선입견은 '야한 옷차림은 성폭력의 원인'이다. 성폭력 피해자도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 '슬럿(Slut·행실이 나쁜 여자) 워크'는 몇 개월 새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 세계 60여개 도시로 확산됐다. '야한 옷차림이 예스(Yes)를 의미하진 않는다' '침묵이 곧 허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같은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군대 및 대학 내 성폭력 사건과 최근 불거진 공립고등학교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사회에서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돼야 할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상관, 교수, 교사와 같이 조직 내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잘못된 성의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처지의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받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성폭력 범죄가 지표상으론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최근 이 같은 소식으로 국민이 느끼는 심각성은 나아지지 않아 안타깝다.

성폭력을 완전히 뿌리 뽑아 여성과 아동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솜방망이 처벌'이란 말이 사라지도록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근절대책'을 수립해 정부기관, 군대, 학교 등 공공부문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교단에서 영구 퇴출하는 일명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 군인의 퇴출과 공직 임용을 막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중징계하는 내용으로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최근 기존 대책의 사각지대를 철저히 따져보고 빈틈을 메우는 '4대 악 근절대책 추진현황 및 계획'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은 특히 학교 현장에서 성폭력 사건이 은폐되는 문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문제, 폭력 예방교육이 현장에서 부실하게 이뤄지는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성가족부는 내년에 최초로 실시하는 군 성폭력 실태조사를 차질 없이 추진해 더욱 체계적인 예방교육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것이다. 또한 지난 2월 성폭력방지법 개정으로 민간사업장 사업주도 '직장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갖게 된 만큼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영역에서도 성폭력 예방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정부는 예방, 피해자 지원,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 등에 있어 그동안 마련한 대책이 모두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바퀴 하나만으로는 자전거가 굴러갈 수 없듯이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는 노력을 함께 했으면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페달을 함께 돌리면 우리가 바라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성큼 다가올 것이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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