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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칼럼] 뉴스테이에 살고파라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31 17:52

수정 2015.08.31 17:52

[정훈식 칼럼] 뉴스테이에 살고파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요즘 바쁘다. 중산층 맞춤형 주거안정 정책인 기업형 민간임대, 이른바 뉴스테이 활성화에 총대를 멨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지난달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각종 행사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서도 뉴스테이와 행복주택 정책 알리기에 앞장선다.

뉴스테이는 소유→거주, 전세→월세라는 주거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박근혜정부가 중산층을 위해 내놓은 신개념 주거안정 정책이다. 박 대통령과 서승환 전 국토부 장관이 함께 만들었다.
전세난으로 아우성이던 작년 하반기 박 대통령은 전세난의 원인을 임대차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중산층 문제로 진단했다. 그러고는 당시 서 장관에게 중산층 맞춤형 임대주택 정책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뉴스테이에는 박근혜정부의 혁신정신과 암덩어리 규제혁파 의지가 집약됐다고 말한다. 기존 공공임대에 적용되는 분양전환 의무, 입주자격, 초기 임대료, 저당권 제한 등 4대 규제를 모두 풀었다. 파격적인 금융.세제혜택도 부여했다. 특혜라는 뒷말이 날 정도다. 초기 성과는 시장에서 나왔다. 대림산업이 인천 도화동에 첫선을 보인 'e편한세상 도화'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8월 28일 문을 연 지 사흘 동안 6만명이 견본주택을 찾았다.

뉴스테이의 탄생으로 소외계층 대상의 영구임대, 서민을 위한 국민임대.공공임대, 사회초년생을 겨냥한 행복주택 등 맞춤형 임대정책 4종세트가 완성됐다. 남은 과제는 임대정책의 시너지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 근본 처방은 필요로 하는 곳에 제때 제대로 공급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주거 패러다임 변화는 전세난 심화와 함께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증가와 주거불안이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불러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4분기 가계의 주거비는 월평균 7만3900원으로 1년 새 21.8%나 급증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대거 바꾸는 탓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월세 주택 거래비중이 43.4%에 달한다. 주거비 부담이 늘면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경제 전반에 주름을 키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월세가 1% 오르면 가계소비는 0.02% 줄어든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소비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다.

뉴스테이는 거주.월세 중심 시대에 중산층 주거난을 풀 근본 해법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제대로 공급이 이뤄질 경우에 말이다. 하지만 민간 건설사와 금융권이 외면하면 무용지물이다. 공공부문의 한국토지주택공사, 민간부문의 건설사 및 재무적 투자자인 금융권이 함께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민간 건설사나 재무적 투자자들이 맘 놓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구조와 수요기반을 어떻게 갖추느냐가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는 얘기다. 뉴스테이 정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찾아내 없애야 한다. 양도세 차별, 소득공제 배제,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당장 손봐야 할 규제다. 정권에 관계없이 정책이 항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데도 힘을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뉴스테이 정책을 특별법으로 규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생활여건 향상에 맞춰 더 나은 임대주택을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임대사다리' 만들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당국이 명심해야 할 것은 치적을 위한 정권사업에 욕심을 내는 순간 정책효과는 반감되고 시장은 망가진다는 사실이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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