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창조경제 못하는 창조경제 일꾼들

"3주째 매일 밤을 새워가며 일하고 있어요. 오늘도 청와대 회의에 임원회의, 각종 자료 작성으로 밤 새우기는 이미 예약해 뒀습니다." 한 대기업 창조경제혁신센터 담당자가 하소연을 한다.

"정부에서 참석하라는 회의와 행사에 불려 다니다 보면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돌아볼 틈도 없어요. 정작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찾아내고, 상담하고,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일은 2~3주씩 뒤로 미뤄놓게 돼요. 요즘에는 정부 행사나 회의는 가급적 참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스타트업 지원 업무를 맡은 한 기관의 담당자가 요즘 근황을 털어놓는다.

'창조경제' 일꾼들이 대목이다.

박근혜정부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집권 초부터 강조해온 창조경제의 성과 챙기기가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완성됐고, 지난달에는 창조경제페스티벌이 열렸다. 오는 11월에는 창조경제박람회도 예정돼 있다. 대통령이 일정을 쪼개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살뜰히 챙기면서 창조경제는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초기이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는 추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박근혜정부 초기에 창업한 스타트업 중에는 수십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수익을 만들어내는 성공스토리의 주인공도 나오고 있다.

몇 개 대기업 중심으로 한계를 드러내던 한국 경제에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새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창조경제 성과의 뒷면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창조경제의 일꾼들이 정작 창조경제 본연의 일보다는 그동안의 성과 홍보하느라 더 바쁘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까지 창조경제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혈안이 되면서 공무원들과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들이 행사 준비하랴, 성과 홍보자료 만들어 회의 참석하랴 눈코 뜰 새가 없다.

정작 창조경제 일꾼들이 맡아야 할 금융 시스템 정비, 투자자 물색, 스타트업 상담은 자꾸 뒤로 미뤄진다.

하루하루 시간이 금쪽같은 스타트업들은 정작 방치되고 있다. 사실 창조경제의 성과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 스타트업이 세계시장에 나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국민이 인정하는 진정한 창조경제의 성과 아닐까.

창조경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세워놨다고 되는 게 아니다. 혁신센터 안에서 창업 열기가 현실화돼 사회적 분위기로 확산되고, 금융과 투자 시스템이 갖춰져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창조경제 일꾼들이 회의나 행사 준비에 내몰려 정작 중요한 창조경제 업무는 뒤로 미뤄두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정부가 창조경제 관련 공무원과 기관, 기업 관계자들의 일하는 시스템부터 정비해줘야 한다.

그래야 이제 막 꽃봉오리를 피우기 시작한 창조경제가 무사히 열매 맺혀 한국 경제가 그 열매를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성급한 성과 자랑 욕심으로 오히려 창조경제 농사를 망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cafe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