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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중국의 만성 경제둔화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04 17:32

수정 2015.09.04 17:32

[세계 석학에 듣는다] 중국의 만성 경제둔화

전 세계에 걸쳐 만성 경제둔화(스태그네이션)가 엄습하고 있고, 중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뒤이은 이례적 통화·재정 부양책은 교역과 투자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채권, 주식, 부동산 가격을 치솟게 만들었다. 이 모든 요인이 수요, 경제성장,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 중국의 경우 경제의 틀을 짜는 데 시장 역할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 같은 조류를 되돌리는 데 충분할까.

분명한 것은 중국 지도부가 경제에 대한 통제 일부를 철폐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더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들도 이전보다 낮은 성장률이라는 '뉴노멀'에 적응해야 한다는 신호다.
그러나 최근 중국 주식시장 폭락에 반영된 위험 고조는 정부가 이 같은 기조를 확고하게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투자에 나서기보다 대규모 현금을 깔고 앉아 만성적인 스태그네이션 압력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상황은 심각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려운 것만은 틀림없다. 실제 거의 모든 주요 경제지표가-명목 국내총생산(GDP), 고정자산투자, 건축 면적, 명목 소매매출, 자동차 매출, 전력 생산, 철도 화물운송, 철광석 수입과 같은- 4년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의 총교역 규모는 7.3% 감소했다. 7월 수출과 수입은 각각 8.8%, 8.6% 줄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42개월 연속 하락해 7월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5.4%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도 1년 전 3조990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7월에는 3조6500억달러로 줄었다.

한동안 임금 상승과 함께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내수를 자극하고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

중국의 문제들이 분명한 윤곽을 드러내자 투자심리는 침몰했고, 주식시장도 붕괴됐다. 정부는 주가 안정책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개입은 분명 시장 손실의 재분배와 연관되는 것으로, 희소한 국가자원이 금융부문이 아닌 실물경제를 자극하는 데 배분돼야 더 낫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국가의 개입은 시장참가자들의 추가 손실을 막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거시정책 효율성을 훼손한다.

분명 투자자들은 국가가 일시적인 시장 불안정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고, 또 그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확신은 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중국이 디플레이션 함정을 피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며 경쟁력을 제고하고, 장기성장을 끌어올리려면 혁신과 기업가정신이라는 야수의 본능을 북돋우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결국 중국의 장기적인 미래는 시장 심리를 끌어올리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윤을 기대하기 어려우면 아무도 중국에서 투자를 늘리려하지 않을 것이다.

당국은 일정 정도는 대응책을 마련한 것 같다. 위안 2% 평가절하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높여줌과 동시에 환율에 대해 시장이 더 큰 힘을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진전이 있어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1조8000억달러 가까운 순채권국으로- 파산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또 글로벌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더 많은 국내 유동성을 풀어 경기, 특히 민간 부문을 부양해야 한다. 사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을 촉발한 것은 취약한 자신감과 더불어 주식시장의 유동성 결여였다.

중국은 현재 3가지 구조적 불균형에 맞닥뜨려 있다. 우선 대출을 주도하는 은행들의 만기구조 불일치다. 이들은 단기 은행예금으로 장기투자 자금을 댄다. 두번째는 대차대조표에서 주식 대비 부채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국가와 시장 간 불균형이다. 민간 부문은 국영기업에 비해 아직도 유동성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빚을 내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없다. 이제는 경제를 더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이끌 수단을 민간 부문 선수들에게 줄 시기다.
여기에는 혁명적으로 진일보한 자본시장과 활발히 작동하는 민간 혁신과 투자가 포함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연금과 사회보장체계의 간격을 메우는 것과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에 국가자산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은 관료주의 통제가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들은 기술적인 게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다.

앤드루 셩 펑 글로벌 연구소 석좌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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