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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중국 구조조정 실패의 교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08 17:01

수정 2015.09.08 17:01

[염주영 칼럼] 중국 구조조정 실패의 교훈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더 이상 봄날은 없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위융딩(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중국 경제는 곤두박질 쳤다. 2008년에 14.2%였던 성장률이 이듬해 9.6%로 급락했다. 어느 나라 정부든 위기가 닥쳤을 때 고통스러운 구조조정보다 달콤한 경기부양책의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중국도 그랬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두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 무려 4조위안(약 720조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2010년에 성장률이 10.4%로 회복되긴 했다. 그러나 두자릿수 성장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무리한 부양조치를 선택한 대가는 컸다. 국유기업들이 정부보조금과 은행 대출금으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성장률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기업과 은행들은 막대한 부실을 떠안아야 했다. 2008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정도였던 공공부문 총부채는 250%까지 치솟았다. 그 부실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의 증시 대폭락은 그 뿌리가 금융부실과 맞닿아 있다. 중국 정부는 누적된 금융부실로 은행들이 기업에 더 이상 자금을 댈 수 없게 되자 주식시장을 띄우기 시작했다. 대폭락 직전 1년 동안 상하이지수가 150%나 올랐다. 중국 정부는 금융과 외환 시스템을 시장친화적으로 전환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게 해야만 투자자의 신뢰가 쌓여 주식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친화적 구조전환은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기업들의 차입경영 행태가 여전하고 무리한 증시부양으로 시장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 하나의 족쇄는 공급과잉이다. 전력.철강.시멘트.자동차.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업종이 과잉설비를 떠안고 있다. 중국은 기업하는 방식도 인해전술이다. 지난 10년간 GDP가 4배로 커지는 동안 '묻지마 투자' 행태가 극에 달했다. 공급과잉 문제는 더욱 악화됐다. 성장률이 반토막 나자 가동을 멈춘 공장들이 중국 전역에 비일비재하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이룩한 경제성장의 신화는 중국의 공산당 체제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그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목까지 차오른 금융부실과 취약한 기업의 자본구조가 장애물이다. 중국 경제는 지금 고속 모드에서 중속 모드로 전환 중이다. 증시 폭락과 위안화 절하 등은 전환기에 나타나는 혼란이다. 중국 정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우리다. 한국은 대중국 수교 이후 20여년 동안 중국 고도성장의 최대 수혜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이 감속 성장과 내수 위주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공산이 커졌다. 최근의 수출 감소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한국 경제는 현재의 구조로는 올 데까지 왔다. 여기서 더 전진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노동개혁이 그 첫 관문이다. 노동시장의 경직된 구조를 유연하게 바꾸는 것과 함께 수출.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도 내수.서비스업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좀비기업 정리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


구조조정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경제가 구조조정 없이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 경제가 제때 구조조정을 해내지 못하면 우리에게도 봄날은 없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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