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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공개 시큰둥한 카드社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을 뜻하는 핀테크(Fintech)는 최근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다. 이를 증명하듯 세계 핀테크 시장 투자액은 2008년 9억3000만달러에서 2014년에는 122억달러로 6년 새 13배나 늘었다. 국내에서도 규제와 보신주의로 혁신이 없던 금융산업에 핀테크가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다양한 핀테크 육성책을 쏟아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권 공동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시스템 구축이다. 금융회사가 내부의 금융서비스와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공개하면 핀테크 기업은 이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델이다. 가령 은행이 잔액조회 API를 공개하면 핀테크 기업이 가계부 앱을 추가해 새로운 앱을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은행, 증권사가 업무제휴 등을 통해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는 반면 카드사는 아직 시큰둥하다. 금융위가 지난 7월 발표한 오픈 API 구축 계획에도 은행(17개), 증권사(15개)는 참가 의사를 밝혔으나 카드사는 1곳도 없다.

지난 7일 김상민 의원과 한국핀테크연구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핀테크 전략 세미나에서도 카드사의 무관심은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핀테크 업체는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 기술을 적용하면 현재 평균 2%인 카드 수수료율을 절반 가량 낮출 수 있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적용을 위해서는 카드사의 API 공개가 선결 조건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 증권사와 핀테크 기업이 API 공개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카드사도 여전협회 등을 통해 의견을 모아 함께 참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주요 카드사 임원과 여신금융협회 관계자의 반응은 '썰렁'했다. 실제로 은행 증권과 달리 여신협회에서는 API공개를 위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안전성'과 '고객 편의성'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은행, 증권과 달리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 온라인 맞춤 자산관리, 은행은 P2P대출 등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반면, 카드사나 밴(VAN)사의 경우 핀테크 결제 기술 활성화로 수수료 부분 이익이 주는 등 부정적인 영역이 많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는 금융 산업의 경우 정부허가에 따른 과점 시장 구조로 운영되고, 공공적인 성격이 있는 만큼 카드사도 API를 공개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 혁신에 일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현재 BC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API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1단계로 결제 API를 공개하고, 고객의 동의가 있을 경우 더 다양한 API를 공개해야 금융 서비스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