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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요즘 나온 현대차 타보셨나요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1 17:23

수정 2015.09.11 17:23

[여의도에서] 요즘 나온 현대차 타보셨나요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실수의 연속이었다. 잘못을 저질러 부모님께 혼나는 것이 일이었다. 10대 시절에는 어땠는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저지르고 혼나는 게 무서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반항도 해보고, 혈기왕성한 20대에는 무모한 짓을 하다 큰 손해를 보거나 몸이 다치기도 했다. 나이 서른을 넘어 마흔줄에는 접어들어야 웬만큼 관록이 붙기 시작했다. 마음에 여유를 찾고 살아온 인생의 노련함이 빛나려면 적어도 나이 50은 넘어야 한다는 게 우리 인생 선배들의 고견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이면서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농담 삼아 '100만 안티'를 보유한 브랜드로 유명한 현대차가 올해로 설립 49년을 맞았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아반떼 신형 모델을 내놓았다. 발표회 당일 잠깐이나마 타본 아반떼는 앞으로 현대차가 가려는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는 이정표였다.

주행 체험을 도와준 연구원의 말로는 개발 단계에서 독일차, 그중에서도 폭스바겐을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했다는 것이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국내시장에서 좋은 차의 최우선 조건은 일본차와 같은 승차감과 정숙성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변했다. 지금은 독일차처럼 역동적인 주행성능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현대차는 미리 이런 변화를 감지했던 것이다. 차 한 대를 개발하는 데 평균적으로 5년가량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독일차가 대세가 되기 이전부터 나아갈 바를 정했다는 얘기다.

차를 한 번 사면 적어도 5년 이상은 타기 마련인데, 의외로 운전자들이 자신의 차를 제외한 다른 차를 몰아볼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지나온 세월 동안 다른 자동차들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현대차를 타본 사람들은 '솔직히 놀랐다'고 평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수입차에나 있었을 법한 편의장치들이 현대차에는 기본 모델들에도 모조리 달려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래봐야 현대차…'라며 콧방귀를 날리기도 한다.

현대차도 과거 10대, 20대 나이에 철은 덜 들고 혈기만 치솟던 시절에 많은 실수들을 했을 것이다. 고객들을 실망시키고 피해를 주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이 50을 바라보는 장년이 되었다. 그동안 현대차는 많은 것들이 좋아졌다. 기술력은 높아졌고 생산효율도 좋아졌으며 결과적으로 품질도 일취월장했다.

현대차는 최근 들어 아직까지 삐딱하게 바라보는 국내 고객들의 시선이 섭섭했는지 부쩍 몸을 낮추고 있다. 가는 곳마다 해외 수출품과 내수품의 품질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애써 알리고, 고객들 앞에서 시연까지 하고 있다.
전국의 시승센터에서 고객들이 언제든 차를 타볼 수 있게 문턱도 크게 낮춘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현대차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다.
반백에 가까워가면서 이제 철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차를 이제는 편견 없이 바라봐줄 때가 됐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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