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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경직된 고용환경이 성과 떨어뜨린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3 17:19

수정 2015.09.13 17:19

[특별기고] 경직된 고용환경이 성과 떨어뜨린다

잘한 일에 대한 칭찬은 즐겁다. 그러나 못한 일에 대한 지적은 참 난처하다.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점잖은 체면을 지켜야 하는 우리 풍토에서는 나쁜 평가결과를 전달하는 일만큼 곤혹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 평가 철이 되면 일과 중에 맑은 정신으로 C급이라고 부하에게 말하지 못한 상사의 고민이 쌓인다.

결국 밤중에 거나하게 취해 '미안하다, 불가피하다'며 인간적 호소를 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일을 잘못해 저성과자로 불리는 사람들도 회사에 더 다닐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질 것이다.


기여한 것보다 많이 받아가는 저성과자가 더 오랫동안 기업에 남아 있을 것이고 곤혹스러운 일은 더 많아질 것이다. 경영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저성과자 자신에게는 반가운 소식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제2, 제3의 직업을 갖는 시대가 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가장 적합한 직장에서 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에 보다 중요해졌다. 그런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한 직장에서 꼴찌로 남아 눈칫밥을 먹으면서 고령이 될 때까지 자신의 장기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삶이 가치 있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셋째, 구차하더라도 끝까지 자리를 보전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할지라도 저성과자를 방기하는 인사를 하는 회사는 결국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성장시대에 저성과자를 방치한 채 장기적으로 생존가능한 기업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로자와 기업 모두 저성과자에 대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 지금의 직장에서 지금 하고있는 업무에 대해 성과를 못 내고 있을 뿐이지 사람이 저질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마다 자신의 적성과 특기가 있고 그것을 못 찾아서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성과자를 '부진 인력'이 아니라 '부적합(미스매치) 인력'으로 바꿔 볼 경우 회사 내외부에서 적합한 일을 찾게 될 기회가 열릴 것이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해질 수 있다.

기업 내외부에서 적합한 업무를 찾기 좋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저성과자 관리의 기본이다. 업무 성과와 역량에 대한 평가 결과가 정확히 상시적으로 전달되고, 원하는 직무 수행능력을 개발할 기회가 제공되고, 기업 내부에서 직무전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저성과자 관리의 내용이다. 낙인 찍기, 음성적 축출, 일방적 퇴출 방식에서 벗어나 공정한 절차와 재도전을 지원하는 전략적 퇴직관리를 통해 자신의 역량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열린 고용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특정업무나 특정기업에서는 저성과자였을지라도 새롭게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성과자라는 낙인도 줄어들 것이고 개인도 기업도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정년연장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경직된 고용관행 속에서 아직 준비가 부족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압축적 고도성장을 한 만큼이나 제도개선에도 지체할 틈이 없다. 자신도 불행하고 회사도 어렵게 만드는 저성과자를 양산하는 경직된 인력운영 관행과 제도, 의식을 바꾸는 데 기업.근로자.정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성상현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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