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기업인 격려하는 국감을 보고 싶다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3 17:19

수정 2015.09.13 17:19

[데스크 칼럼] 기업인 격려하는 국감을 보고 싶다

지난해 가을쯤인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뜬금없이 관광호텔이 들어섰다. 모텔 하나 없던 베드타운이라 "저 관광호텔 주인은 과연 돈을 벌려고 오픈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열흘쯤 지나자 해답이 나왔다. 주차장에는 대형관광버스가 여러 대 있었고, 탑승객들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위치가 서울은 아니지만,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과 가까운데다 유커들이 가기를 원하는 명동 등 서울 도심과는 러시아워만 피하면 1시간 정도 거리여서 나름 유커 관광호텔 입지로 경쟁력이 있었다. 유커들이 오자 동네에 작은 변화가 일었다.
저녁때 호텔로 돌아온 유커들은 식당이나 편의점을 이용하면서 침체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는 순대를 파는 푸드카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지갑을 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여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폭풍이 덮치면서 주차장은 국산 승용차만 간간이 보였고 대형버스는 자취를 감췄다. 면세점이나 유커들이 주로 찾는 관광지만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 상권에도 크지는 않지만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전혀 뜻밖이었다.

그러다가 요즘 다시 유커를 실은 대형관광버스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푸드카에서 순대를 사려고 서있는데 중국인들이 다시 눈에 띄었다. 나하고는 직접 상관없는 장면이었지만 반가웠다.

물론 서울 명동이나 유커 인기지역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해 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메르스 발생 이후 유통업계는 한동안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만나는 유통·식품업계 관계자들 모두 한결같이 힘들다고 했다. 어디 유통업계뿐인가. 나라경제가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거의 대부분의 업종이 불황이다. 무엇보다 유통업계는 그나마 한 축을 지탱해줬던 유커들이 메르스로 인해 자취를 감추면서 타격은 더욱 컸다. 면세점들은 7월 매출이 30%나 격감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5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하루 평균 3만9000명이었지만 7월에는 1만8000명까지 줄었다. 8월 메르스 종식 이후 꾸준히 증가해 9월에는 하루 평균 3만4000명 수준까지 회복했다. 유커의 빠른 증가가 회복세를 이끌었다.

항상 경제위기 속에서 한 발 빨리 움직이는 것은 기업과 기업인들인 듯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유커 유치에 나섰다. 롯데그룹도 면세점 등 외국인관광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중국을 찾아 유커 유치활동을 벌였다. 한류스타의 팬사인회를 개최해 유커의 불씨를 살리려는 화장품회사도 있었다. 백화점들도 중국의 유명 블로거들을 초청해 메르스 위협이 없다는 것을 알렸다.

9월은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유커가 아니더라도 추석연휴로 인해 연중 최대 대목이다.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기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 바쁜 시기에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묵은 면세점 업계의 독과점 문제를 들고나와 관련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소셜커머스 3사인 위메프, 쿠팡, 티켓몬스터 3사는 대표 모두가 증인으로 참석한다. 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대표들도 국정감사장에 출석해야 한다.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35세의 대상그룹 임상민 상무도 TV를 통해 식자재유통 상생 방안에 대해 국감에서 답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당사자들은 국감 준비로 긴장해 정작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해마다 치러지는 국정감사가 마치 기업인 감사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감은 항상 호통 치는 의원들의 모습만 떠오른다.
남은 국감에서는 유커의 귀환을 계기로 경기 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기업인들을 격려해주는 모습도 나왔으면 좋겠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생활경제부장·부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