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자본시장 발목잡는 X맨들

#. 어느 날 오후 4시. 모르는 이로부터 메신저 쪽지 한 통이 왔다. "기자님, 혹시 '특작업' 안 하시나요?"

익숙지 않은 단어여서 특작업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알아보니 특정 종목에 대한 특징주 기사를 써주고 답례를 받는 것이란다. 상대방은 실제 3개월 동안 몇 차례 특징주를 써주는 대가로 적지않은 돈을 제시했다.

#. 지방에 소재한 한 코스닥 상장사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저녁 약속시간에 한참을 늦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장 마감 이후 공시하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 때문에 오후 6시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같은 평일에는 보통 오후 6시에 '악재' 공시를 하고, 대체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금요일에 몰아서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 전직 기자 출신이라는 어떤 이는 자신을 '카멜레온 투자자'라고 자칭했다. 그의 명함은 여전히 그를 기자로 설명하고 있었다. 다만 이전과 바뀐 것은 1인 매체로, '기사 없는 언론사'라는 점이다. 그의 다른 쪽 주머니에서는 투자자문사 대표라는 명함이 나온다. 그의 비즈니스라는 '기업탐방'을 갈 때면 그는 회사의 성격에 따라 기자도 됐다가 투자자문인도 된다.

#. 강남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점점 취기가 돌자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증권사 지점에서 아직도 고객 계좌를 열어보고 있어요. 물론 불법이죠. 단속이나 자체 감사 탓에 빈도는 예전보다 훨씬 줄었지만 여전히 고객 동의 없는 매매나 슈퍼개미의 포트폴리오 엿보기는 다반삽니다."

이 사례들은 지난 2년 동안 증권부 기자로 자본시장을 취재하면서 직접 겪은 일이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한국 자본시장은 발전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후퇴하지도 않은 것 같다. 2년 전 박스권 장기화를 우려했던 당시 기사는 2년 후 지금 봐도 딱 오늘 기사 같다.

특작업을 의뢰한 아무개씨, 올빼미 공시가 습관인 상장사, 하이에나처럼 정보를 찾아다니는 전문투자자, 바뀌지 않는 증권사. 더불어 그동안 뒷북 행정에 요즘은 미공개정보 유출 시범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수고(?)가 많은 금융당국까지. 이들의 모습도 2년 전과 바뀐 것이 없다.
현재의 한국 자본시장을 합작한 장본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거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하지만 민낯이 깨끗해야 화장도 잘 되는 법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