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논단] 보이스피싱 조직범죄 엄벌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4 16:59

수정 2015.09.14 16:59

[fn논단] 보이스피싱 조직범죄 엄벌해야

"이체를 하고 나니 기분이 이상해 은행에 급히 지급정지를 요청하려 했으나 내 휴대폰은 이미 악성코드가 심어져 지급정지요청을 위한 은행콜센터 전화번호는 그들의 사무실 번호로 연결되었고 그들은 지급정지처리가 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는 지급정지는 당연히 되지 않았으며 혹시나 계좌를 확인해보니 돈이 빠져나간 뒤였다." 이러한 이야기는 상상하기도 오싹하지만 안내전화마저 발신전화탈취 악성앱을 통해 보이스피싱 사무실로 연결될 수 있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어눌한 조선족 말투의'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계장입니다'로 시작되는 매뉴얼에서 벗어나 최근 매우 조직적이고 지능화되고 있다. 중국에 주로 콜센터를 두고 있는 조직은 압수수색영장으로 추적이 불가능한 중국 메신저 '위챗'을 통해 총책으로부터 중간책, 인출책 등에 이르기까지 실시간 연락을 주고받는다. 조직원이 구속되는 경우 대화를 차단하거나 메신저를 삭제하며 총책 이외에는 하부 조직원들 상호간에 서로의 신분을 감추는 등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고 한다.
또한 기존의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수법에서 고액의 수수료 등 미끼로 직접 통장명의인을 포섭해 자금을 인출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문제는 최근 이들의 주된 타깃이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라는 점이다. 즉, 피싱 조직은 이들을 상대로 저금리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속여 대출 실행 전에 보증료·저금리 전환 예치금 등 갖은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억지하고자 올해 6월부터 총책에 법정최고형을, 통장모집.알선책, 현금인출.전달책, 상담책 등 단순 가담자에 대해서도 징역 5년 이상을 각각 구형하고 있다. 대포통장 및 체크카드 등 접근매체 양도.대여 등 사범도 사기 공범으로 적극 수사하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의율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구공판(求公判)하기로 했다. 위 범죄는 그 역할이 철저히 기업화.분업화된 전형적인 조직범죄로 총책, 콜센터의 중국 소재 및 점조직화로 적발이 매우 어렵고, 다수의 대포통장(차명계좌)을 사용하고 있어 적발되더라도 실제 처벌받는 피해금액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 사건에 따라 구형 및 선고형의 편차도 매우 큰 실정임을 고려한 조치이다.
이에 따라 근래 법원도 중국과 한국에 콜센터를 두고 조직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피고인들에게 징역 3∼6년형을 선고했다. 총책의 지시를 받아 중국과 국내에 인적·물적 조직에다 수직적인 통솔체계까지 갖추고 조직 탈퇴가 자유롭지 않았으며 이동자유 제한과 징벌 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엄벌 선고는 늦은 감이 있지만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 이상 발붙이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 판단되며, 대포통장 교부는 형사적 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어떠한 명목에서든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성우 법무법인 중정 변호사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