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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레뱅(프랑스)】한마디로 '한국 잔치'였다. 13일 밤(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GC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5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얘기다. 대회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의 LPGA투어 메이저대회 최연소 우승으로 끝났지만 그 중심에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있었다. 박인비는 대회 3라운드를 마친 뒤 에비앙 리조트 내 로얄호텔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2015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의 주인공이었다.

이 상은 한 해 동안 메이저대회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롤렉스가 후원하고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의 이름으로 시상된다. 박인비는 올 시즌 두 개의 메이저대회서 우승하며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수상의 의미는 더욱 컸다. 지난해 제정된 이 상의 시상식은 달라진 LPGA투어의 위상을 실감하는 자리였다. 시상식에는 역대 메이저대회서 우승한 레전드와 올해 우승자, 후원사 관계자, 그리고 본선에 진출한 선수들이 참석했다. 에비앙챔피언십 후원사인 다농그룹 프랭크 리부드 회장, 롤렉스 J N 비오울 회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모두가 박인비의 수상을 축하해주기 위해 자리했다.

박인비는 이번 수상으로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안니카가 자칫 정체될 뻔했던 박인비에게 엄청난 동기부여를 한 것이다. 안니카가 기록한 메이저대회 통산 10승 경신이 그 목표다. 박인비는 현재 메이저대회서 통산 7승을 거두고 있어 앞으로 4승만 더 추가하면 안니카를 뛰어 넘을 수 있다. 박인비는 "올림픽 출전이 목표였는데 아직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롤 모델인 안니카의 기록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또 한 명 더 있었다. 앰버서더 어워드를 수상한 유소연(25)이다. 이 상은 LPGA투어 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유소연은 바쁜 투어 일정 속에서도 LPGA투어 구성원으로서 투어의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했다는 점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이렇듯 한국 선수들이 주인공인 축제의 자리가 몇몇 한국 선수 때문에 다소 퇴색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땅히 참석해 자리를 빛내줘야할 선수들이 불참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상자인 안니카를 비롯해 카리 웹(호주), 로라 데이비스(영국), 줄리 잉스터(미국) 등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박세리(38)의 빈자리가 컸다. 박세리는 통산 25승 중 다섯 차례의 메이저대회 우승이 있다. 또 한 명은 올 US여자오픈 우승자인 전인지(21·하이트진로)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서 아쉽게 미스컷했다. 그러자 당초 일정을 바꿔 시상식 하루 전날 급거 귀국했다. 그리고 전인지의 빈자리는 영상 메시지가 대신했다.

안니카는 2008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72승을 거두었다. 그 중 메이저대회는 10승이다. 통산 여덟 차례나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그야말로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는 그의 그런 업적을 기리고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젊은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가까이서 대선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런 그들이 안니카를 닮아 가려고 마음 먹었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가 영웅을 칭송하는 이유기도 하다.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