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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빅 위(Big We), 스몰 아이(Small I)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5 17:12

수정 2015.09.15 17:12

[여의나루] 빅 위(Big We), 스몰 아이(Small I)

잊을 만하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특별한 목적이나 사무친 원한이 있지도 않으면서 해치는 '묻지 마 범죄'와 부모 형제나 오랫동안 정을 나눴던 정인의 목숨을 뺏는 '패륜성 범죄'가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별로 낯설어 하지도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세상은 갈수록 흉흉해지는데도 사람들은 점점 더 무관심해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나 싶다. 더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범죄자들의 연령대가 노소의 구분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과도한 스트레스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과도한 경쟁과 체면을 중시하는 특성이 사회적 병리현상화된 것이란다. 초고속 경제발전의 후유증처럼 지금 우리 사회는 배금주의가, 출세지상주의가 만연해 있고 그 결과 부와 권력의 집중화가 필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또 잘못된 경쟁의식은 과도한 개인주의로 흘러가고,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는 집단이기주의도 거침없이 나타난다. 이런 병리 현상이 승화되지 못하니 그 끝은 사회적으로는 갈등의 증폭, 개인적으로는 불안의 증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찰나적 향락에만 몰두하고 스트레스가 가득해지기만 하고 사회적 가치나 인본(humanity)은 온데간데없는 듯하다.

또 하나 근래 젊은 세대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포 세대라 했는데 이제는 5포 세대란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세대란 뜻이란다. 아니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발전한다는데 우리 젊은 세대들은 왜 포기하는 가치가 늘어간다는 것인가.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혹시나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를, 병리현상을 다음 세대에 가혹하게 물려주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는 일본에는 '사토리 세대'란 말이 있다고 한다. 돈벌이는 물론 출세에도 관심이나 욕심이 없는 일본 청년들을 뜻하는 말로, 득도(사토리)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사는 젊은 세대를 빗댄 신조어다. 어찌 보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직시하고 근검절약하면서 알뜰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현명한 집단인 듯 보이지만 우리 젊은이들의 5포를 넘어 꿈과 희망마저 잃어버린 가엾은 젊음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의 가치를 되살려야 하고, 또 젊은이가 포기하는 가치가 없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모습이다. 다행스럽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전부 해결된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심리학으로 유명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마틴 세리그만 박사는 현대사회의 우려할 만한 두 가지 조류는 "빅 아이(Big I)"와 "스몰 위(Small We)"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기중심주의, 개인주의는 점점 더 커지고 심화되는 반면 타인과의 관계, 사회성은 점점 소홀해지고 희박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갈등구조를 증폭시키고 불안정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심각해지는 스트레스 사회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청년실업 해소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따듯함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르치는 사람 중심의 교육,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찾는 데도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스몰 아이 빅 위(Small I Big We)'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세대가 생겨나지 않도록 말이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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