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유로존, 독일이 탈퇴해야 하나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탈퇴해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은 독일이나, 독일처럼 경제여건이 탄탄한 나라가 탈퇴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되살아났다. 일부에서 이런 생각에 환호하고는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비실용적이며, 경제적으로 미덥지 못한 게 될 것이다.

우선 유럽 최대 경제국을 통화동맹에서 추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과정에 수반하는 수많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이를 위한 어떤 진지한 논의도 금융시장에 혼란을 몰고오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주장에는 경제적인 맹점들이 있고, 이 가운데 세 가지가 두드러진다. 첫째, 독일 추방론자들은 통화가치 절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맹신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독일이 떠나면 유로가 평가절하되고 덕분에 성장이 재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로 도입 이전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나라들, 또 1980년대까지 프랑스 등도 자국 통화를 정기적으로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성장에는 별 효과가 없었던 반면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만 끌어올렸다.

평가절하는 단기적으로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수입가격을 끌어올리고 가계의 구매력도 갉아먹는다. 노동자들은 이를 보상받기 위해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중앙은행이 매우 막강하고, 경기둔화를 각오하고 대비하고 있지 않는 이상 임금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린다. 결국 통화가치 약화에 따른 경쟁력 강화가 임금상승 악순환으로 잠식되는 것이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둘째, 독일 추방론자들은 독일 경제가 너무 경쟁력이 높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조금 떨어지는 국가들과 통화를 공유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는 독일을 우쭐하게 만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틀린 주장이다. 2000년 이후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누적 성장률은 독일과 같았다. 아일랜드, 스페인은 위기기간 심각한 슬럼프를 겪어야만 했지만 성장률이 독일보다 높았다.

경쟁력은 오직, 또는 주로 환율에 달린 게 아니다. 생산성, 교육, 연구개발(R&D), 조세제도 같은 펀더멘털이 더 중요하다. 이 부문에서 독일은 결코 그 범주에 들지 못한다. 독일이 지금처럼 유로존, 또 전 세계의 수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되레 챔피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내부 개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쨌든 개별 회원국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변할 때마다 통화동맹을 조정하는 건 부조리하다.

마지막으로 독일 추방론자들은 유로존의 현재 형태가 심각한 결함(비록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결함인지는 밝히지 않으려 하지만)을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로존이 최선의 통화동맹(여기에는 개방되고 다양하게 분화된 경제,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 유연한 가격과 임금 등이 포함된다) 조건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개선 여지가 많다고는 해도 유로존은 위기를 거치면서 통합과 유연성 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거뒀다. 유로존이 완벽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계속되기에는 충분할 만큼 건전하다.

성공적인 통화동맹을 위한 가장 중요한, 그러나 종종 간과되는 조건 가운데 하나는 경제정책의 특정 펀더멘털에 대한 회원국들 간 합의 능력이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각 회원국 모두는 경제체제에 지속되는 역사적, 문화적 차이와 관계없이 시장경제 기본원리에 동의한다.

더욱이 이들 모두는 일자리를 만드는 책임은 국가가 아닌 민간부문에 있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생산과 노동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한다.

유로존의 생존은 그 무엇보다도 모든 회원국들이 강하고 유연한 경제를 갖추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이는 모든 회원국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회원국이 통화동맹을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것은 흥미로운 지적 훈련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현안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

미하엘 하이제 알리안츠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