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도에서] 해묵은 '마블링 논쟁' 이번엔 사라질까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8 17:33

수정 2015.09.18 17:44

[여의도에서] 해묵은 '마블링 논쟁' 이번엔 사라질까

정부가 지난 2010년에 이어 다시 쇠고기 등급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팔을 걷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승희 처장이 지난 14일 마블링(쇠고기 근내 지방)이 많이 들어갈수록 좋은 제품으로 평가받아 고가로 판매되는 현행 등급 기준을 개선하고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이 같은 날 국정감사에서 "마블링이 많이 들어간 쇠고기가 영양 면에서 우수한지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비만을 비롯해 건강에 해롭다고 말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쇠고기 등급제도 개선을 언급한 것은 수입 저하를 우려한 한우 사육농가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흐지부지된 지 5년 만이다.

그동안 대표적인 명절선물로 사랑받아온 쇠고기의 '마블링 유해성 여부'는 수년 전부터 제기된 해묵은 논쟁거리였다. 쇠고기는 근육 사이사이에 끼여있는 지방층인 마블링에 따라 1++, 1+, 1, 2, 3 다섯 가지 등급으로 분류된다.
일반 소비자들은 높은 등급이 고급육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만의 '환상'이라고 치부한다.

사실 최고등급에 가까운 쇠고기일수록 지방 함유량이 많기 때문에 식감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반면에 쇠고기의 포화지방은 체내에서 잘 녹지 않는다. 과다섭취할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증가시켜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쇠고기 등급제 개선에 소극적인 것은) 국민에게 성인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지방을 많이 먹도록 권장하고, 소비자가 1++와 같은 지방 많은 소고기를 비싼 가격에 먹게 만드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허영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우리나라만 마블링을 기준으로 잘못된 등급을 부여한다는 비판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역설한다.

허 원장에 따르면 국내 최고등급인 1++등급 쇠고기 등심의 지방함량은 19%이다. 이에 비해 쇠고기를 거의 주식으로 먹는 호주의 가장 높은 등급인 9등급은 지방 함량이 21%로 오히려 한국의 1++등급보다 높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등급체계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1~5등급 중 최고인 5등급의 지방함량은 31.7%(부위에 따라 44.9%까지 보이기도 한다)에 이른다고 한다.

마블링이 많이 함유돼 높은 등급을 받고 비싸게 팔리는 쇠고기가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문제는 마블링이 많든 적든 간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쇠고기 소비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농림수산식품 주요통계를 보면 국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10.3㎏으로 하루 평균 28g 정도이다.
이 소비량을 모두 최고가인 1++ 한우 등심으로 먹더라도 총 지방섭취량은 5.3g에 불과하기 때문에 2012년 식품수급표 기준으로 하루 지방공급량인 79.6g의 6.7%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국 건강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마블링 섭취량이 많은 일반인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다시 개선 의지를 보인 이번 기회에 소모적인 '마블링 논쟁'도 함께 사라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