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과 동떨어진 9·2대책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8월 전국주택매매 전세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가율은 70.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단지는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초월하는 곳도 등장했다. 소위 '미친 전세'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최근 국토부가 내놓은 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국토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은 정비사업 규제완화, 뉴스테이 활성화, 민관합동 리모델링 임대사업 등이 주요 골자다.

정비사업 규제완화의 경우 재건축 과정에서 집값이 오르고 이주수요로 인해 전·월세난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전·월세난 해소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도시재생사업 육성을 강조해온 정부 정책을 스스로 역행하고 있다.

뉴스테이의 경우 임대료가 문제다. 1호 뉴스테이인 인천 도화의 경우 한 달에 50만~60만원 정도로 책정됐으나 향후 서울 시내에 짓게 된다면 월 100만원은 훌쩍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서민층을 위한 대책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뉴스테이는 기본적으로 '월세'라는 점에서 전세난을 고려한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관합동 리모델링 임대사업 역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 방안은 집주인이 정부에서 대출을 받아 리모델링을 하고 임대료를 낮추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서 집주인 스스로 대출받아 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시세만큼 임대료를 받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많다. 또 세원 노출, 장기임대, 매매와 상속 규제 등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자발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집주인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정부 대책이 부실하다며 혹평 일색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당장 가을철 전세난을 겨낭한 대책이 전무하며, 시장 안정화에는 역부족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전세제도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유지될 수 없다.
과거와 같은 고금리 시대가 오기 어렵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전세가 장기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세가 없어지고 월세로 시장이 전환되기 전 연착륙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전세난에 대한 고민이 담긴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