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中企제품 사는 '소비자'를 지원하라

지령 5000호 이벤트
현재 애플은 최고 시장가치 혹은 최고 브랜드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꼽힌다. 1976년 창업 후 40년도 되기 전에 세계 최고 기업이 되었다. IBM PC 연합군의 공격을 버텨내고 애플과 비슷한 시기 창업해 역시 거대기업이 된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랜 역사의 노키아와 같은 글로벌 톱 기업들과 겨뤄 이뤄낸 기적이었다.

요즈음 정부는 우리나라도 그런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면서 중소기업과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창조경제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지만 애플의 성공은 정부가 지원한 엄청난 신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소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업 동기도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PC 제작에 있었고, 오늘날 PC 조작의 필수품이 된 마우스는 애플의 창작품은 아니지만 대중화한 것은 애플이었고 스마트폰이나 MP3도 애플의 발명품은 아니지만 전 세계 소비자가 즐기게 만든 것은 애플이었다.

물론 중소기업의 성장은 해당 기업이 얻는 이윤 이상으로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부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정부가 중소기업을 선별 지원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겉보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어느 중소기업이 지원을 받아야 할지를 사전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 만일 정부가 어떤 기준을 만들어 지원을 한다면 중소기업들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경쟁에 앞서 정부의 지원기준에 맞추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인데 과연 시장의 선택을 정부가 대신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정부 주도의 중소기업 지원은 자칫 우리 시장경제를 정치나 관료가 지배하는 위험에 빠뜨리고, 경제의 활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 주도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보다 소비자가 중소기업 상품을 사더라도 손해 보지 않도록 소비자를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예컨대 보험회사와 중소기업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해 중소기업 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불편을 겪거나 피해를 볼 경우 사후관리(AS)나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소비재 생산액을 연간 350조원가량으로 가정할 때 소비자가 중소기업을 신뢰하지 않아서 가격이 10%가량 낮아진다면 중소기업은 연간 약 35조원을 손해 보는 것이고, 만일 이런 보증시스템 도입으로 소비자 신뢰가 평균 5%포인트 높아진다면 중소기업은 연간 17조원 이상의 이익을 얻는데 현재 중소기업 지원예산의 두 배 정도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더구나 복잡한 지원기준을 만들어 중소기업을 줄 세울 필요도 없고, 어떤 중소기업 상품을 구입할 것인지는 소비자가 선택할 일이므로 정부가 권력을 행사할 일도 적어진다.
소비자의 선택도 잘못될 수 있지만 기업이 로비하거나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해서 품질 나쁜 상품을 사서 고생할 어리석은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다수 소비자가 시장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하는 선택이 똑똑한 공무원들이 훌륭한 기업가를 선별해 지원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중앙정부의 계획으로 움직인 공산주의 경제가 붕괴하고, 기업 간의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으로 움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세계경제를 이끌게 된 것과 같은 이치다.

yis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