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폭스바겐 사태가 주는 교훈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4 17:22

수정 2015.09.24 17:22

[데스크 칼럼] 폭스바겐 사태가 주는 교훈

폭스바겐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디젤자동차를 대표하는 폭스바겐이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 자동차 검사를 받을 때만 배출가스를 적게 나오게 하고, 일반도로를 주행할 때는 배출가스가 방출되도록 소프트웨어를 세팅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폭스바겐이 22일(현지시간) 배출가스 '눈속임 저감장치'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자사 디젤차량이 애초보다 훨씬 큰 규모인 전 세계 약 1100만대에 달한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18일 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눈속임했다며 리콜 명령을 내린 차량은 48만2000대였다. 폭스바겐은 혐의를 인정하며 미국에서 제타, 비틀, 골프, 파사트, A3 등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4기통 디젤차 판매를 중단했다. 리콜과 판매중단 대상 차량은 지난 8월 미국에서 팔린 폭스바겐그룹 차량의 23%에 해당한다.


EPA 조사가 완료되면 최대 180억달러(약 21조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이는 가속페달 결함으로 지금까지 미국에서 사상 최대였던 일본 도요타의 벌금(12억달러)에 비할 게 못 된다. 이번 스캔들의 파문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폭스바겐에만 있는 일일까. 전 세계에서 운행되는 디젤차들은 과연 괜찮을까.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서조차도 자신있게 답을 하지 못한다. 디젤 엔진이 예전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연비와 친환경을 디젤엔진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디젤차량에서 매연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다. 문제는 저감장치 기능을 높이면 차량의 에너지 소모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만큼 출력과 연비가 떨어져 클린 디젤이 내세우는 '고연비'를 구현하기가 어려워진다. 즉 친환경과 고연비를 함께 만족시킨다는 것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올 들어 디젤차량 판매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 신규로 등록된 국내 완성차업계 5사의 전체 차량은 89만9396대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51.9%(46만6596대)가 디젤차량이다. 디젤차량이 가솔린 차량을 앞지른 것이다.

하지만 디젤차량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도 꼼꼼히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형식적인 측면이 많았다. 환경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실험실에서 진행됐던 기존 데스크 장식을 강화해 실제 주행환경에서 디젤차 배출가스를 시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디젤 차량의 전면 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폭스바겐 스캔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 도요타가 가속페달 결함을 은폐하려다가 큰 곤욕을 치렀고, 폭스바겐의 경우 이번 사태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소비자에게 한번 신뢰를 잃게 되면 회복하기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노력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폭스바겐 사태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shin@fnnews.com 신홍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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