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식회계 과징금' 이번엔 오를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분식회계에 대한 과징금 방안을 수술대에 올렸다.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공시위반 과징금을 올리겠다"고 밝히고 금융위원회도 이와 관련해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분식회계 관련 과징금은 많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1년 3월 과징금 한도를 20억원으로 정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양형이 크지 않으니 분식회계를 반복하는 기업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3일 대우건설도 몇 개의 사업장에 대한 손실을 낮게 계상하는 방식으로 이익 규모를 부풀린 혐의로 금융위로부터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았다. 2500억원대의 공사 손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징금은 현행 최고한도인 20억원 규모였다.

과징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결국 분식회계로 피해를 보는 것은 투자자들이며, 한국 자본시장이다. 기업의 분식회계 또는 불성실공시가 많은 시장에 해외 투자자들이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금융위는 이번에 분식회계 등 공시위반 관련 과징금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선진국 수준만큼 엄정한 제재 방안이 나올지다. 제재 방안이 현행 과징금 최대 20억원 수준과 비슷하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공시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은 분식회계 등 공시위반 과징금 한도는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 최대치를 정한 경우에도 최소 수백억원이다. 미국은 5~6년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과징금을 올리고 있다. 분식회계 건당 과징금을 부과하는 형식이라 적발된 건수가 몇 건이라면 과징금도 수천억원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반대로 국내는 몇 건의 분식회계가 동시에 적발돼도 규모가 큰 한 건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한다. 결국 5건의 분식회계를 해도 과징금은 규모가 큰 한 건에 대해서만 20억원 한도로 부과되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취임 당시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의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를 강조한 바 있다.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선 규제완화도 좋지만 투명성을 위한 제재 강화도 필요치 않을까 싶다. 금융위의 결단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