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美·中의 동상이몽

#1. 지난 1971년 중국 정부가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 탁구팀을 베이징에 초청하면서 '죽(竹)의 장막'이 걷히고 미국과 중국의 인적·정치적 교류가 시작됐다.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끈 '핑퐁 외교'의 시작이었다.

#2. 그로부터 44년이 지난 2015년 9월 미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최강 미국을 향해 "양국의 충돌과 대립은 양국과 세계에 확실히 재앙이다"라며 "협력만이 서로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시 주석이 2013년 미국 방문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양국이 서로 충돌하지 말고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하자며 제시한 '미·중 간 신형 대국관계' 수립은 이후 대미외교의 최우선과제가 됐다.

하지만 신형 대국관계를 바라보는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 직후 천명한 '중궈멍(中國夢,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미국의 반대에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또한 최근 열린 전승 70주년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최첨단 전략무기를 공개하면서 미국에 대해 경제·군사적으로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시 주석은 미국 방문을 전후로 일관되게 미국 정부가 충돌과 대립보다는 상호 공동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방미에 앞서 중·미 공상업계 포럼에 참석해 "양국은 중요한 공동 이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바라보고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면서 "일부 갈등이 있지만 크게 보고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함으로써 전략적 오판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방문지인 미국 시애틀 환영만찬 연설에서 양국이 충돌하면 세계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했다.

이는 양국이 현안으로 부상한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인권문제 등 정치·외교적인 갈등 요인을 최소화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미국 보잉사를 방문해 300대 규모의 여객기를 구매한 뒤 "중국이 향후 수십년간 항공기 6000여대가 필요할 것"이라며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미국도 중국에 보잉사 조립공장을 건설키로 했는데 보잉사가 전체 생산시스템의 일부를 해외에 건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국은 시 주석 방문의 선물로 1억달러(약 1194억원) 규모의 고속철 프로젝트 건설 시공사로 중국 기업을 선택했다.

사이버 해킹 문제로 미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던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애플,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시 주석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포럼장으로 달려갔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이쯤 되면 시 주석의 '경협 당근' 정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반격을 준비하면서 일전을 벼르고 있어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 반체제인사 친척들과 만나면서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 연방인사관리처도 중국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최근 해킹으로 유출된 지문이 당초 추정했던 110만명보다 많은 56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해 충돌을 예고했다.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2009년 이후 여섯번이나 만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에 대해선 한 치의 양보 없는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주요 2개국(G2)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