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유엔 개발정상회의, 한국의 약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9 16:26

수정 2015.09.29 16:26

[특별기고] 유엔 개발정상회의, 한국의 약속

유엔 창설 70주년에 열린 이번 유엔 총회는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역대 최고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참석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례 없이 7개의 주요 정상급 회의에 참석했다. 유엔 역사상 가장 큰 총회라고 평가되는 이번 총회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유엔 개발정상회의였다. 개발정상회의에는 193개 회원국 중 158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교황이 7년 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유엔 개발정상회의는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에도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지난 2000년 새천년을 열면서 유엔이 마련한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올해 말로 종료되는데, 이번에 합의된 2030년까지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는 그보다 진일보한 지구촌 공동번영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전 세계 빈곤과 기아를 반으로 줄이자는 것이 MDG의 목표였다면, SDG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표방하면서 2030년까지 빈곤과 기아를 완전히 없애자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결코 실현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 환경 분야의 균형적 발전까지도 아우르는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는 유엔총회에서 무엇보다 필자의 가슴을 뿌듯하게 한 것은 상기 7개 정상급 행사들마다 한국이 핵심 역할을 하거나 주빈으로 참석했다는 것이다. 9월 27일 열린 개발정상회의 폐회식에서 SDG에 담긴 17개의 목표를 전 세계 17명의 저명인사가 하나씩 낭독하는 동영상을 상영했는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1번 목표인 빈곤 퇴치와 2번 목표인 기아 종식을 나란히 낭독했다. 개발협력에 있어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런 기대에 부응해 박 대통령은 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개도국 소녀들의 보건.교육 향상을 목적으로 향후 5년간 2억달러를 지원한다는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구상을 밝혀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개발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는 선진경제국 포럼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개도국 개발지원을 위한 유엔기구인 유엔개발계획(UNDP)이 공동주최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반 사무총장과 르완다, 베트남, 라오스, 페루 등 다수 개도국 정상들이 참석한 이 행사는 새마을운동을 21세기 새로운 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전기가 됐다.

한편, 박 대통령은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공동으로 주재한 '효과적인 제도구축'에 관한 개발정상회의 상호대화 세션과 유네스코가 주관한 '글로벌 교육우선구상(GEFI)' 고위급 회의에서 '한강의 기적'의 핵심 원동력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이야말로 교육이 세상을 바꾸고 삶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입증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뉴욕을 떠나는 날 방문한 주뉴욕 문화원 행사에는 '데모크래시 프렙스쿨'을 설립해 한국식 교육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할렘의 기적'을 일궈낸 해스 앤드루 백악관보좌관과 그의 스쿨 학생 2명이 참석했다. 반 사무총장도 최근 이 학교를 방문해 맨해튼 중심에서 한국형 교육과 새마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상기 특별행사에서 언급한 바 있다. 세계적 개발전문가인 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최빈곤 10억명(Bottom Billion)' 에서 "우리 모두는 세계시민이다.
그 시민권에는 책임이 수반된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개발 성공 신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찬사에 자족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진정한 세계시민으로서 지구촌의 더 큰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뜨거운 열정과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국제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따뜻한 가슴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극 실천해 나가야 할 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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