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논단] 獨·英 난민정책 '극과 극'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30 16:49

수정 2015.09.30 16:49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베를린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절친으로 자주 대화를 하며 성이 아니라 이름을 부른다. 다음은 최근의 유럽 난민 사태에 관해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가정한 것.

데이비드: 앙겔라! 몰려드는 난민 때문에 진짜 수고가 많네. 자네의 결단력과 용기가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독일의 브랜드파워를 크게 올리고 있어. 난민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독일로 말이야.

앙겔라: 고마우이. 마침 전화를 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네. 영국이 유럽연합(EU)의 국경통제철폐 협약인 솅겐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몰려드는 난민을 받을 의무가 없다는 걸 알고 있네. 하지만 2차대전 후 최악의 난민 위기여서 사정이 위급한데도 자네가 수수방관하고 있어 실망이 커.

데이비드: 자네의 말은 잘 이해하지만 내 처지도 좀 헤아려주게. 이번 총선은 물론이고 5년 전에도 순이민의 수를 한 해에 몇만 명으로 낮춘다고 공약을 했는데 이게 내 발목을 잡고 있지 뭔가. 지난해 30만명이 넘는 EU 시민들이 영국에 왔어. 물론 이들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취업률도 높고 납세를 하기에 우리 경제에 기여하고 있네. 그러나 영국독립당(UKip)이 반이민 정서를 활용하여 세를 불리고 있고 데일리미러 등 보수 언론이 나를 공격하며 이민은 나쁘다는 말도 안되는 논조를 확산하고 있어. 사정이 이런데 어찌하겠나?

앙겔라: 나도 상황이 위급해 난민을 무조건 받아들였지만 바이에른주 등 일부 주정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하루에 1만명이 넘는 난민들이 바이에른주의 주도 뮌헨에 도착하네. 이들은 임시수용소에 있다가 다른 주의 수용소로 옮겨야 하는데 일부 주에서 이들을 받기를 꺼리네. 난민들의 임시거주시설이 부족하지. 바이에른주의 불만이 당연히 클 수밖에. 또 일간지 빌트 등 우익 신문이 영국이 난민 위기에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데 어떻게 EU와 재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며 영국을 집중 공격하고 있네. 자네의 처지도 이해하지만 EU 차원에서 난민 수용에 대해 성의를 좀 보여주게.

데이비드: 나도 그러고 싶지만 어려워. EU에 잔류하려고 국민투표라는 극약 처방을 제안했지. 내가 보수당의 당수이지만 당내 EU를 무조건 탈퇴하자는 유럽통합 회의론자들이 전체 의원의 10% 정도야. 이들은 그리스의 위기, 난민위기에 우왕좌왕하는 EU를 집중공격하면서 EU 탈퇴를 부추기고 있어. 이런 기류 때문에 EU를 탈퇴하자는 의견이 이제 상승세를 타고 있지. 너무 골치가 아프네.

위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이 리더십은 위기에서 발휘된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 위기 대처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캐머런 총리는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혀 쩔쩔매는 정치인의 전형이어서 대조가 되었다.

이번 난민 위기 해결책은 결국 EU 차원에서 공동난민정책에 합의하고 실행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헝가리와 체코 등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반발이 심하지만 이런 추세를 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