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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1년이 남긴 것, 숙제는?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2 15:58

수정 2015.10.02 15:58

"자동차 시장을 개방한다고 해도 승용차만 수입할 수 없는 것처럼 쌀 역시 밥쌀용, 가공용 구분이 없다. 시장기회만 주는 것이다."

2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쌀 개방 1년, 쌀 문제 해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쌀 개방 1년을 되돌아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30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화를 위한 양허표 수정안(이행계획서)'을 제출했고, 이행계획서에 따라 2015년 1월 1일부터 쌀 시장을 관세화로 전환해 개방했다.

다만 수입 쌀이 한국에 수입될 때엔 원가의 5배가 넘는 513%의 관세가 붙어서 들어온다. 대신 수입산 쌀은 TRQ 내에서 수입된다.
공식적으론 쌀 수입 시 513% 관세를 물리지만, TRQ 40만8700톤 내에서만은 밥쌀용·가공용 관계없이 5%의 관세율을 매긴다. 때문에 실제 수입되는 가공용 쌀은 TRQ 물량 내에서 수입한다.

이 가운데 정부는 지난 7월말 밥쌀용 수입산 쌀 3만톤을 구매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미국 등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3조 '내국민 대우' 조항을 들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이 조항에는 '수입된 생산품은 국내산 동종 생산품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의 주제발표자인 최승환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밥쌀용 쌀 의무수입 조항이 삭제됐으므로 TRQ 물량은 용도에 관계없이 수입할 의무를 (상대국이) 수락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TRQ에 밥쌀용·가공용을 모두 포함할지, 전부 가공용으로 채울지는 전적으로 한국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회엔 한국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일본의 사례에 대한 발표도 진행됐다. 영상을 통해 일본 농민운동연합회(노민렌) 유카와 요시로 상임위원은 "일본정부 역시 과잉재고로 인해 쌀값이 하락했을때 농민의 요구는 외면하던 정부가 미국의 수입확대요구에는 응하고 수입 증가분과 동량의 국산 쌀을 비축용으로 수매하겠다고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밥쌀용 쌀을 얼마나 수입하느냐다. 지난해까지 의무 수입 조항을 이유로 수입한 밥쌀용 쌀은 약 12만톤이다. 이날 '쌀 현안 해법에 대한 제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은 "정부가 수입량을 늘릴 때는 '내국민 대우' 조항을 예로 들지 못하고 정확한 논리를 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국민 대우 조항은 밥쌀용 쌀 수입량을 늘릴 때 쓸 논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장 부소장은 "정부는 수입산과 국내산을 혼합해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다"며 "소비자들은 2013년 이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혼합미 자체를 몰랐다. 마치 국내산인 것처럼 포장돼 팔렸고 이는 쌀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국내 농민이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학철 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풍년 때문에 쌀값이 하락했다고 분석하는데 사실은 수입쌀을 섞은 혼합미 탓이 크다"며 "실제 쌀 농가 소득은 10년, 15년전보다 못하다. 게다가 정부는 외교적 문제를 감안해 40만톤의 쌀을 수입하는데, 공공 비축미 매입량은 제자리다.
이를 최소 41만톤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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