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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박원순의 MICE 산업 어디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2 17:50

수정 2015.10.02 17:50

[여의도에서] 박원순의 MICE 산업 어디로

세상 참 요지경 속이다. 친노 좌장 격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사퇴 또는 분당 위협을 받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타깃이 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위의 마약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당.청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반년 남은 총선에 이어 더 큰 발걸음을 성큼성큼 내디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쉽지 않은 세상살이다.

그렇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떤가. 그도 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아들 병역 문제로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한전부지 개발 문제로 신연희 강남구청장에게 발목을 잡힌 모양새로, 이도저도 하기 어려운 처지다.

신 구청장에게 잡힌 발목은 다름 아닌 현대차그룹의 공공기여금이다. 공공기여금은 현대차그룹이 옛 한전부지를 매입하고 개발하는 대가로 서울시에 기여해야 할 대금을 말한다. 이 대금은 무려 1조70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어마어마한 자금이다. 이 기여금에 대해 신 구청장은 강남구 관할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강남구를 위한 예산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6개의 광역대중교통망이 설치되는 영동대로 '원샷 개발'에 최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서울시를 상대로 관련 계획의 무효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박 시장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강남이라는 특정지역의 한정된 투자에서 벗어나 서울시 전체를 위해 집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박 시장은 "송파구도, 강남구민도 모두 서울시민인데 왜 강남구를 홀대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강남구에서 지난 지방선거 때 4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공기여금을 마이스(MICE)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박 시장의 확고한 방침이다. 박 시장은 그의 임기 동안 세계 3대 MICE 도시를 꿈꾸고 있다. 그는 잠실종합운동장 등지를 이 자금의 우선투자 대상지로 보고 있다. 이 시설을 국제업무, 전시컨벤션, 스포츠, 문화엔터테인먼트 등 MICE 시설로 리모델링시킨다는 복안이다.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지금 세계 선진 도시들 간에는 MICE 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전시장의 경우 독일 하노버 메세 전시장이 46만6000㎡로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킨텍스가 10만8000㎡로 세계 42위에 머물고 있다. 파리, 런던, 싱가포르 등 세계 선진 도시들은 이미 구축된 시설에 새로 개발해낸 관광인프라가 더해져 경기가 훨훨 날고 있다. 각국, 각 도시는 MICE 산업이 리딩 산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 것이다.

경제시장을 서비스산업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박 시장의 MICE에 대한 투자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갈 길이 바쁜 서울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까지 닥쳤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 때문에 국내 MICE 시장은 싸늘해져 갔다. 그는 곧바로 중국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체면(?)도 무릅쓰고 중국사람이 좋아하는 빨간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출 줄도 모르는 춤을 춰가며 광저우와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서울관광을 마케팅했다. 그때 박 시장이 남긴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메르스 서울시 대책본부장이었지만 앞으로는 서울시 관광대책본부장이 될 겁니다.
"

마이스를 서울의 신동력산업으로, 먹거리.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와 강남구는 강남, 나아가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충분히 대화하고 타협해서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양 기관의 갈등으로 파생되는 것은 서울의 발전 정체이자, 야심차게 개발에 뛰어든 현대차그룹의 피해다.

dikim@fnnews.com 김두일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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