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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부채감축→경기후퇴' 함정에 빠진 中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2 17:50

수정 2015.10.02 17:50

[세계 석학에 듣는다] '부채감축→경기후퇴' 함정에 빠진 中

중국 경기둔화로 촉발된 글로벌 주식 매도세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인상 유보를 결정했다. 사실, 중국은 글로벌 부채감축(debt-deflation) 침체 함정이라는 상당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1933년 어빙 피셔가 미국 대공황에 대한 영향을 통해 과도한 부채와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최초로 드러냈고, 2011년에는 리처드 쿠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오랜 대차대조표 침체의 위험을 일깨웠다. 과도한 채무를 진 이들이 빚을 줄이는 대차대조표 균형 회복에 나서면서 소비가 위축돼 나타나는 침체다.

부채감축 침체는 (대차대조표)불균형에 따른 과도한 낙관과 지나친 차입, 투기적 거래 등의 거품이 결국 터지면서 시작된다. 이후 경기순행적인 유휴설비, 부채 감축이 뒤따르고 이는 물가하락, 실업, 경기둔화를 부른다.
그 결과는 심각한 경기침체다.

2000년의 불균형은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였다. 미국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 국제 자본시장 의존도가 상당했다.

그 결과 부적절한 규제를 토대로 위험 감수와 레버리지(통상 자본 대비 차입비율)가 확대됐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씨가 뿌려졌다. 자산거품 붕괴를 막고, 더 지속가능한 정책 수정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대규모 통화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을 실행했다. 불행히도, 대부분 나라의 정책담당자들은 주어진 시간을 낭비했을 뿐이다. 게다가 이른바 양적완화(QE)는 막대한 유출효과를 가져왔다.

중국 정부는 2008년 11월 4조위안 규모의 부양책을 실시했다.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국의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두 가지 잘못된 선택이 지금의 개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중국은 유휴설비를 줄이고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구조를 조정하는 대신 당국의 투자주도 전략을 통해 제조업 설비를 더 키웠다.

또 부양책은 특히 국영기업과 지방정부의 흥청망청 빚잔치로 이뤄졌다. 민간 역시 채무를 늘렸고, 대출 한도에 도달한 기업들은 그림자금융을 기웃거렸다. 그 결과 부채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82%로 치솟았다.

중국은 여타 다른 나라들 대부분 역시 해결해야만 하는 똑같은 부채감축 침체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당연히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일부는 해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지속적인 통화완화와 추가 재정정책이다. (낮은 이자율로) 더 많은 빚을 끌어다 쓰면 경제 구조조정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이 시간을 효율적 개혁에 쓰지 않으면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정치적 고통 없이 이 깊은 함정을 빠져나갈 길은 없다. 그 첫번째 단계는 회계상, 또 실질적인 손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술발전과 혁신 노력도 새로운 이윤을 통해 회복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고용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쇠퇴한 산업의 창조적 파괴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순국제자본수지가 GDP의 17%인 1조8000억달러를 기록한 중국의 경우 계획 단계에서 부채-주식 스와프를 통해 국내 채무 구조조정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영.민간 부문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과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개혁은 필수불가결하다. 중국이 궁극적으로 부채감축 침체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 활력을 되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를 주도할 세력은 민간부문이다. 스칸디나비아의 예에서 드러나듯 국영부문이 반드시 생산성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연기금의 자산에 포함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공공자산이 전문적으로 또 투명하게 관리된다면 말이다.

선진국들은 실물부문 구조조정에 따르는 정치적 고통을 감내하는 대신 금융공학과 느슨한 통화.재정정책에 의존하려 했기 때문에 부채감축 침체 함정에 빠졌다.
중국의 일당체제는 이런 면에서 확실한 이점이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다음 선거를 걱정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들의 결단을 촉구한다.

앤드루 셩 펑 글로벌 연구소 석좌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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