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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대한민국 명장열전] (14) 한국야구 '국민감독' 김인식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4 16:17

수정 2015.10.05 13:52

"야구인생 55년.. 이제야 조금 야구가 보입디다"
네번째로 국가대표 맡았는데..
국민 눈높이는 금메달인데 특출한 선수가 없어 무거운 마음입니다. 류현진 이후 대형투수가 없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야구인 모두가 되짚어볼 일이죠.
WBC 일본전 얘기 좀 해주시죠
또 그 얘기.. 당시 이치로의 끝내기 안타를 두고 아직도 말이 많은데 모두 내 책임입니다, 파헤쳐 봐야 뭐가 남겠습니까. 다만 그 사건으로 하나 배웠습니다. 결정적 의사 전달은 분명히 해야한다는 것!
'믿음의 야구'라 불리는데..
선수가 감독 믿고 따라주는게 리더십입니다. 그래야 좋은 팀이 됩니다. 현장 밖에서 보니 안이 더 잘 보입니다. 다시 한번 현장에 복귀하고 싶네요. 통산 1000승? 그런데는 욕심 없습니다.
김인식 감독(68)을 안지 30년이 됐다. 동국대 감독 시절인 1985년 처음 만났다. 김인식 감독은 이듬해 해태(현 KIA)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더 자주 만났다. 한 동안 동네가 같아서 카풀을 하고 다녔다. 김인식 감독은 운전을 못한다.
동네 생맥주집에도 가끔 들렀다. 쌍방울 감독 그만 두고 해설위원 할 때다. 야구를 많이 배웠다. 동네 형 같이 푸근했다. 오랜만에 김인식 감독과 정식 인터뷰를 가졌다. 금세 옛날 기분으로 돌아간다. 김인식 감독은 쌍방울, 두산, 한화에서 사령탑을 지냈다. 한국시리즈서 두 번 우승했다. 프로야구 통산 980승을 기록했다.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제1회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이끌었다. 특히 2회 대회 때 한국에 준우승을 안겨 '국민 감독'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오는 11월 8~21일 일본과 대만에서 열리는 프리미어 12 야구대회 국가대표팀 감독이기도 하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한국에 준우승을 안기며 '국민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와 감독의 믿음이다. 그래야 좋은 팀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김인식 감독은 지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한국에 준우승을 안기며 '국민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와 감독의 믿음이다. 그래야 좋은 팀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국가 대표팀 감독만 벌써 네 번째입니다. 이번에도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을 맡게 됐는데 소감부터 말씀해주시죠.

▲소감은 무슨. 힘든 환경이라 마음이 무겁습니다. 과거 한국 야구팀엔 최동원, 선동열, 구대성, 류현진 같은 특출한 투수가 있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도 국민들의 눈높이는 야구하면 금메달을 생각하잖습니까.

―오른손 선발 투수가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윤성환(삼성), 이태양(NC) 정도인데 괜찮은 투수들이지만 왼손 선발 투수보다는 못하지요. 유희관(두산), 양현종(KIA), 김광현(SK)이면 왼손은 괜찮아요.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대은(일본 롯데)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직구 스피드는 150㎞ 나온다는데 공이 좀 높아요. 장타 맞을 가능성이 크죠.

―마무리 쪽은 어떻습니까? 오승환(한신)이 뛸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그러면야 좋지만. 기술위원들이 계속 체크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엔트리에서 빠져있는데 클라이맥스 시리즈에는 나온다고도 하고. 오른쪽 허벅지 쪽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쉽지 않을 겁니다.

―큰 경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투수진 운용이 제일 힘들지 않습니까.

▲선동열, 송진우 두 투수코치하고 계속 상의를 하고 있습니다. 선발 투수로 오래가는 거보다는 여러 명을 투입해서 짧게 짧게 던져야 하지 않나 싶네요.

―대표팀을 맡으면 늘 성적이 좋았습니다. 나름대로 비결이 있을 것 같은데요.

▲선수들이 잘해줘서. 운도 좋았고.(기대보다 싱거운 대답이었다. 이런 게 김인식 감독의 화법이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부상으로 빠졌고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요즘 한창 뜨겁지 않습니까.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까요.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들어갈 선수는 곤란한 것으로 압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보내주지 않을 거니까요. 추신수가 오면 좋지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선수들의 사기가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추신수, 이대호, 박병호가 중심타선에 들어 있으면 미국이나 일본도 겁을 낼 겁니다.

―대표팀 감독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아무래도 1, 2회 WBC이지 않을까요. 1회 대회 때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이상 뉴욕 양키스),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 마리너스) 같은 선수들을 직접 보니 기가 막히더군요. 말로만 듣던 메이저리그 스타들 아닙니까. 최희섭(KIA)이 홈런을 쳐서 미국전서 이겼는데 이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2회 대회 때 일본과의 결승전 얘기를 좀 해주시죠.

▲또 그 얘기. 하긴 얼마 전 일본 기자들을 만났는데 또 묻더라고요.

여기서 잠깐. 6년 전으로 되돌아가 본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09년 제2회 WBC 결승서 만났다. 정규 이닝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스코어는 3-3. 10회 초 일본이 2사 2, 3루의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이치로(당시 시애틀 마리너스). 야구 이론상 당연히 고의사구로 걸러야할 대목이었다. 만루가 되면 그만큼 수비가 쉬워진다. 더구나 이치로는 이날 5타수 3안타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임창용은 정면 승부를 택했고 결과는 끝내기 안타였다. 이 대목은 두고두고 많은 말을 낳았다. 사인 미스다, 아니다. 책임이 감독에게 있다, 코치가 전달을 잘 못했다, 포수가 잘못했다 등등.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결과적으론 내 책임입니다. 이제 와서 따지고 파헤쳐 봐야 뭐가 남겠습니까."

김 감독은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않아 했다. 하지만 사석에서 직접 들은 바론 당시에 분명 거르라는 사인을 보냈다고 했다. 양상문 코치(현 LG 감독)도 그렇게 전했고 포수 강민호(롯데)도 분명 전달을 받았다.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는 대목이다. "그 사건으로 하나 더 배웠습니다. 결정적인 의사 전달은 분명히,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거."

―2회 대회를 앞두고 완강하게 감독직을 맡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그 때 몸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당시 하일성 KBO 사무총장도 몸이 안 좋았거든요. 하 총장이 심장에 문제가 있어 술을 먹지 않을 때입니다. 하루는 나를 찾아와 술을 막 마시더군요.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라고 물으니 나더러 대표팀 감독을 꼭 맡아 달라는 거예요. 안 된다고 했는데도 이 친구가 원래 막무가내거든요. 결국 넘어갔죠.

―오는 11월 8일 삿포로서 일본하고 프리미어 12 야구대회 개막 경기를 갖습니다. 역사적인 첫 대회 개막전을 한국과 하는 것을 보면 일본도 한국전의 비중을 크게 보는 듯합니다.

▲그렇겠지요. 일본 기자들이 묻습디다. 일본하고 경기하면 선수들에게 더 파이팅을 당부하냐고요. 아니라고 하니까 놀라더라고요. 일본전이라고 선수들에게 별다른 주문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선수들이 알아서 파이팅을 합니다. (김 감독은 두 차례 WBC에서 일본하고 8번을 만나 4승4패를 기록했다.)

―류현진(LA 다저스)과는 함께 라면 CF를 찍을 만큼 돈독한 사제관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고교(동산고) 때부터 현진이를 주의깊게 지켜보았습니다. 굉장한 투수다 싶었지요. SK로 갈 줄 알았는데 우리 팀(한화)에 오지 않습니까.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선발로 낙점했습니다. 1회 WBC 감독으로 가서도 코치들에게 매일 전화로 점검했습니다.

―요즘도 자주 연락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은 뭐. 부상으로 경기에 나가지 못하니. 경기 할 때는 심판의 판정이나 동료 선수들의 수비에 너무 반응을 보이지 말라고 주문해 주지요. 투수는 그런데 민감하면 자신의 투구를 잃어버립니다.

[창간 15주년/대한민국 명장열전] (14) 한국야구 '국민감독' 김인식

―류현진을 이을 만한 대형 투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우려를 자주 듣습니다.

▲한국 야구의 큰 숙제입니다. 학생 야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쓸만한 재목은 있어요. 그런데 자라질 못합니다. 김광현과 류현진이 1년 차이인데 그 이후 대형 투수가 없습니다. 어디가 잘못된 건지 모두가 반성해야 합니다.

―김응용, 김성근 전.현 한화 감독에 이어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 3위 감독입니다. 1000승을 채워야지요. (김응용 감독은 통산 1567승, 김성근 감독은 지난달 29일 통산 1300승을 채웠다.)

▲1000승은 무슨. 그런 데는 욕심이 없고. 그래도 다시 한 번 현장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요. 밖에서 보면 안이 더 잘 보이지 않습니까. 나름대로 성공적인 감독 생활을 해왔다고들 하지만 이제 조금 야구가 보입니다.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나요. 주변 사람들이 항상 염려하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2004년 12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 있다.)

▲벌써 11년 전입니다. 아직도 완전하진 않지만 소위 말하는 3년, 5년, 7년 위기는 다 넘겼습니다.

―김인식 야구하면 흔히 '믿음의 야구'라고 부릅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리더십이란 어떤 건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와 감독의 믿음입니다. 기술적인 면도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주문을 해도 선수가 감독을 믿고 따라와 주어야 좋은 팀이 됩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전문기자
■김인식 감독 프로필

△1947년 출생 △1965년 배문고등학교 졸업 △1965~1972년 크라운맥주·한일은행서 야구선수로 활동 △1973년 배문고 야구부 감독 △1978년 상문고 야구부 감독 △1982년 동국대 야구부 감독 △1986년 해태 타이거즈 수석코치 △1990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1995년 두산 베어스 감독 △2002년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2004년 한화 이글스 감독 △2006년 제1회 WBC 국가대표팀 감독 △2009년 제2회 WBC 국가대표팀 감독 △2009년 한화 이글스 고문 △2010년 KBO 기술위원회 위원장 △2012년 초중고 야구팀 창단 추진위원장 △2015년 프리미어 12 기술위원회 위원장 겸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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