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한글 파괴, 이대론 안된다] (상) 네티즌도 모르는 신조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7 17:35

수정 2015.10.08 18:20

'마상·극딜·파데' 무분별한 줄임말 사회 구성원간 의사소통 가로막아
온라인서 10~20대 중심 신조어·외계어 사용 심각
타인 비하 줄임말도 늘어 언어 가치 훼손 우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0월 9일은 한글을 창제해 세상에 드러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569돌 한글날이다. 그러나 한글의 심각한 파괴와 변질, 난무하는 외계어와 은어, 비속어, 채팅어 등 언어파괴로 이어지면서 세대 간 갈등, 의사소통 장애, 괴리현상 등이 빚어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에 따른 문제점과 전문가 의견 등을 2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대학생 신모씨(22)는 최근 인터넷에서 '마상'이란 단어를 접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해당 단어를 검색하니 '마음의 상처' 줄임말로 게재돼 있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상'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지 여부로 1995년 이전 출생자와 1996년 이후 출생자를 구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까지 올라왔다.
1994년생인 신씨는 젊은 나이가 무색하게 격세지감을 느꼈다.

온라인 커뮤니티 발달과 함께 10~20대를 중심으로 무분별한 줄임말과 은어 사용이 심각하다. 심지어 은어 등에 비교적 익숙한 젊은층조차 이해하기 힘든 신조어와 외계어 등이 급속히 늘어 사회구성원 간 의사소통 문제를 야기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어 가지각색…친구도 모르는 말?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신씨뿐만 아니라 상당수 네티즌들은 '마상'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네티즌들은 '얼굴이 말과 닮았다고 해서 마상(馬相)이라는 줄 알았다' '1995년생인데 마상이란 말은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1997년생인데 마상이란 말은 매일 쓴다. 속상하거나 상처 받았을 때 마상 입었다고 표현한다'며 구체적인 용례까지 언급한 네티즌도 있었다.

이같이 무분별한 줄임말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극딜'이란 단어가 대표적이다.

극딜은 한자어 극(極)에 게임 캐릭터 공격이 주는 피해 정도를 뜻하는 영어 단어 딜(deal)의 합성어로, 게임을 할 때 한순간에 화력을 모아 적을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 네티즌 사이에서 논쟁이 붙었을 때 한 사람만 집중 공격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대학생 여민정씨(21·여)는 "평소 게임을 안해 인터넷에서 '극딜'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생소했다"며 "관심사에 따라 알아듣는 인터넷 용어나 은어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씨의 친구 주모씨(21)는 "'극딜'은 흔히 쓰이는 단어지만 민정이가 자주 사용하는 '파데'란 단어는 최근까지 무슨 말인지 몰랐다"고 했다. '파데'는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는 화장품 파운데이션의 줄임말이다.

■"타인 비하 신조어 늘어 우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줄임말 현상이 언어의 경제성을 높이고 '표현의 자유'를 허용한다는 장점은 인정하면서도 언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줄임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상대방이 알아듣는다면 실용적일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 합의가 없는 줄임말 사용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비하하는 의도로 해당 단어 뒤에 충(蟲)을 붙이는 행태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맘충, 설명충, 진지충 등의 단어는 남을 공격하는 말로, 언어의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욕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 관계자도 "무분별한 줄임말과 신조어 사용은 세대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며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는 신조어는 남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게 많아 언어가 갈등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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