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식 칼럼]

층간소음에 대한 단상

아파트와 함께 온 필요악 생활방식과 인식의 문제
'마음 속 퇴치' 노력 병행해야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사촌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분쟁은 갈수록 늘고 종종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층간소음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올라온 층간소음 민원이 5만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30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공식 민원 제기로 이어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 족히 수천건, 그 이상 될 듯싶다.

층간소음은 공동주택 문화가 가져온 필요악이다. 공동주택 공급이 느는 만큼 층간소음 분쟁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작년 말 기준 전국의 주택 총 1560만채 중 공동주택이 1162만채다. 국민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이 공동주택에 산다. 그러니 층간소음 문제는 앞으로도 얼마나, 언제까지 더 이어질지 모른다. 실제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최근 4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외국처럼 층간소음을 줄이도록 건축기준을 강화하고 소음기준을 정해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물리적 수단만으로는 층간소음을 다스릴 수 없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공동주택을 모두 없애지 않는 한 소음 자체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난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층간소음 극복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에게 3년 전까지, 그러니까 20년의 공동주택 생활 중 17년 동안 층간소음은 '남의 집 이야기'였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층간소음 문제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대개가 거실에서 뛰어노는 아이로부터 비롯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아파트를 옮겨다녔지만 위층 거주자가 노부부거나 아니면 아이 없는 신혼부부였다. 그러니 층간소음에 시달릴 일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어느 날 위층에 새 가족이 드는가 싶더니 그날 밤은 물론이고 다음 날 새벽까지 아이 뛰어노는 소리와 함께 물건 옮기는 소리 등으로 거의 꼬박 밤잠을 설쳐야 했다. 이런 난리가 없었다. 이사 날이라 그럴 수밖에 없겠지 하며 넘어갔지만 이튿날도,그다음 날도 시도 때도 없는 층간소음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층간소음에 시달리다보니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환청까지 들릴 정도로 더 민감해졌다.

결국 경비실을 통해 위층 거주자와 대면했다. 그런데 위층 새 입주자(남편)가 아내와 동문수학한 후배였다. 그 집에는 부부와 함께 초등학생, 유치원생 남매가 있었다.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차분히 얘기를 꺼냈는데 얘기를 나누는 도중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단독주택에 살다가 결혼 후 영국으로 유학을 했다. 거기서도 단독주택 생활이었다. 애초에 층간소음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이들에게 층간소음의 심각성을 가장 잘 알리는 방법은 실제로 느끼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둔 채 부부만 내려와서 층간소음을 체험해보도록 권유했다. 부부는 층간소음의 심각성을 금방 느꼈고 그 뒤로는 한층 조용해졌다. 그렇더라도 아이가 있는 만큼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위층의 사정을 이해하니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웬만한 소음은 귀에 거슬리지 않게 됐다. 위층 거주자가 바뀐 요즘도 이따금씩 어린아이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이미 양보와 관용의 그릇을 키운 상태라 별로 개의치 않는다.

각종 사회병리 현상을 유발하는 층간소음 문제는 분명히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런데 층간소음 자체를 완전히 퇴치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래서 '마음속의 층간소음'을 날려버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것은 배려와 양보심에서 비롯된다. 나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고 마음을 열다보면 관용이라는 층간소음 퇴치제가 생긴다. 공동주택이 대세인 시대에 이웃과 불편한 동거를 하느냐, 상생하느냐는 마음먹기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